[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을 부채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
지난해 급등하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을 꺾어 놓았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실제로 유로존을 구해냈을까.
2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과 시장 전문가는 부채위기 탈출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1년 전 드라기 총재의 발언과 관련,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주변국 국채 수익률 급등에 제동을 건 데 따라 위기 확산을 방지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물경기를 침체에서 건져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기업과 가계의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판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랄프 프로서 유럽 리서치 헤드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성패 여부는 채권 수익률 하락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문제”라며 “주변국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신용 경색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드라기 총재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채위기를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지난해 7월26일이었다.
이후 1년 사이 주변국 국채시장은 뚜렷하게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5월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9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스페인 기업 신규 여신에 대한 평균 금리는 지난해 6월 3.68%에서 지난 5월 3.89%로 뛰었다.
지난 1분기까지 유로존 경제는 6분기 연속 침체를 기록, 1999년 공동 통화 도입 이후 최장기 침체에 빠졌다. ECB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로존이 0.6%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2%를 밑도는 만큼 ECB에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있지만 효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지극히 낮다.
도이체방크의 마크 월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어떤 추가 조치도 취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갈수록 구두 개입에 의존할 뿐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골드만 삭스의 휴 필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국채 매입이 금융시장 안정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온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유로존의 금융시스템 붕괴 리스크가 줄어들었지만 보다 강력하고 집중된 은행 감독 체제를 구축해야 금융권 자본건전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