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 조기축소 우려로 이머징마켓 변동성 확대
[뉴스핌=이에라 기자] 저금리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던 해외채권마저 빛을 잃었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조기 축소 우려로 신흥국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하자 해외채권 인기가 급속히 얼어붙는 상황이다.
해외채권 라인업을 갖추고 적극적인 판매를 준비하던 증권사들도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브라질이 토빈세(금융거래세)를 폐지하자 증권사들은 브라질 채권 캠페인을 벌였다. 기존에 판매하던 장기채, 물가채 대신 단기채를 신규로 추가하고 홍보를 강화했다.이에 화답하듯 투자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러나 한달만에 브라질 국채에 대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일부 증권사의 브라질 국채 판매량은 토빈세 폐지 전인 5월 한달에 비해 10분의 1수준까지 급감했다.
토빈세 폐지에 맞춰 브라질 국채 판매를 개시했던 A 증권사는 이달 들어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당분간 금리, 환율 추이 등을 지켜본 뒤 판매 재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라질을 포함한 이머징 국가에 불어닥친 악재 때문이다. QE 축소 이슈로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본격화하고, 이로 인해 헤알화 약세가 급속히 진행됐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원자재 수출국으로서의 위상이 약화하며 브라질 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B증권사 PB는 "브라질 국채 환매가 늘어나고 한 것은 아니지만 신규 판매가 현저하게 감소했다"며 "브라질 국채 뿐만 아니라 모든 이머징 자산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C증권사 PB 역시 "토빈세 폐지 외에는 브라질을 둘러싼 모든 여건이 안 좋다"며 "환율 우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과 부정적인 경제 환경 때문에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국가 부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를 기회로 보는 투자자들도 간혹 있긴 하다"며 "그러나 지금은 해외채권을 권한다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상황은 아니라 좀 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국채 인기에 편승해 뒤늦게 판매를 시작한 터키, 멕시코 채권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이들 국채 판매량이 두달째 0원에 그쳤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해외 국채 판매가 부진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저금리 속 투자 수요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조재훈 KDB대우증권 영업부 이사는 "최근 출구전략에 대한 말이 나오며 이머징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여 연초보다 해외채권 판매 분위기가 다시 주춤한 면이 있다"며 "다만 저금리 기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메리트를 가진 해외 채권이 될 수 밖에 없을 것"고 말했다.
최인석 신한금융투자 FICC 부서장은 "이머징 마켓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적당한 매수 타이밍을 잡으려는 대기 수요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브라질 국채의 고금리와 비과세 매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안정화되면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증권의 브라질 채권 이표채와 물가채의 누적 판매액은 지난달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브라질 국채 누적 판매액도 1조4000억원을 넘었다. KDB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해외채권 판매에 적극적이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