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부실은행 처리 방식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유럽 '은행연합'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부실 은행 구제 비용 부담을 납세자들에게 지우지 않게 하고자 유럽은 지난 1년 넘게 복잡하고 어려운 논의 과정을 거쳐왔다. 유로존 위기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은행권 부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럽 납세자들은 2008년 이후 약 1조 6000억 유로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 왔다.
지난 26일 7시간에 걸친 마라톤 논의 끝에 재무장관들은 민간 채권단들의 손실 감수 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도출해 내는 한편, 각국 정부가 (은행 구제시) 언제 개입할 수 있는지와 유럽안정매커니즘(ESM)의 역할에 대해서도 규정을 마련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장시간 이어진 어렵고 긴장감이 팽팽한 논의였다”면서 이번 합의는 “주주들과 채권단이 가장 우선적으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중요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안은 오는 2018년부터 부실은행의 주주와 채권단, 일부 예금자들이 은행 청산 비용을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며, 예금액 10만 유로 미만의 예금보험을 적용받는 예금자는 면제된다. 또 예금보험이 되지 않은 개인과 중소기업의 예금은 청산 시 선순위 채권자 지위를 받게 된다.
청산 기금이 투입되기 전에 주주와 채권단 등은 최소한 총 부채의 8%의 손실을 부담해야 하며, 이 경우 정부가 일부 조건을 충족하면 특정 채권단의 손실이 면제될 수 있다. 또 정부는 은행 자본 증강과 기타 채권단을 보호하기 위해 정리기금과 국내 자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총 부채의 5%까지만 개입할 수 있고 EU의 승인이 수반돼야 한다.
이번 합의안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유럽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작업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번 합의는 추가적인 금융통합 논의의 물꼬를 터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편, EU 지도부는 27일에도 회동을 갖고 1년 전 시작된 '은행연합' 설립 계획과 관련한 진전 상황을 검토해 볼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