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 매각 탄력·농협지주체제 안착 전망
[뉴스핌=김연순 노희준 기자] 지난 4월 산은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까지 차기 회장이 내정되면서 6대 금융지주 수장이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이제 관심은 금융권의 초미 관심사인 우리금융 매각, 산은지주를 중심으로 한 정책금융기관 개편, 신경분리 안착을 골자로 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와의 갈등구조 해소로 압축된다.
아울러 현 정부의 실세와 모피아(MOFIA: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인사가 각각 산은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를 맡으면서 금융당국의 핵심정책인 창조금융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순우-임영록 체제'로 우리금융 민영화 탄력
우선 이순우 우리은행장에 이어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이 각각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가 취임 후 차기 회장의 첫번째 과제로 우리금융의 조속한 민영화를 꼽았고, 우리은행장을 겸직하는 것도 조속한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여기에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임영록 사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것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높다. 실제 임 사장이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에 내정된 데에도 사외이사들이 폭넓은 관료 경험에서 오는 그의 전략적 판단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특히 임 사장은 지난 5일 회추위 최종 면접 과정에서 우리은행 인수를 하더라도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사외이사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지주 회추위 위원인 A 사외이사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전략, 큰 그림을 보는 데 누가 적합하겠느냐가 굉장히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우리은행 인수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핸드할 수 있는 것은 임 사장이 낫지 않겠느냐를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B 사외이사는 "kb금융이 현 상태로 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니까 우리 금융을 인수한다든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든지 하는 데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외이사는 "이사들이 관심을 갖고 물은 게 대개 그런 것(우리금융 인수)이었다"고 면접장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최종 면접장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관련해 KB금융이 먼저 인수 방안을 정부에 제안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적극적인 목소리까지 사외이사로부터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12년 이상 질질 끌어온 우리금융 민영화를 조속히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이번 금융지주회장 물갈이를 통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조기 민영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도 당국의 이런 입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금융 매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달 발표 예정인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은 우리금융 자회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을 분리 매각한 뒤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등을 분리매각이나 패키지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 '농협지주 체제 안착·정책금융기관 개편' 촉각
농협금융지주에는 거물인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이 내정되면서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 관계설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 내정자는 일단 농협중앙회와의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지주회사 체제 안착에 힘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 내정자는 지지부진한 농협의 신경분리(금융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작업을 완성할 인물로 평가받는다. 관료 시절 농협의 신경 분리를 주도한 바 있다. 임 내정자 역시 농협금융지주의 최우선 당면과제로 '지주회사 체제의 안착'을 꼽았다.
임 내정자는 지난 6일 회장에 내정된 후 뉴스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지가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 안착이 첫번째 과제"라며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장사인데, (전산)시스템을 신뢰 있게 만드는 것도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동시에 임 내정자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를 존중하고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당분간 중앙회와 지주사와의 갈등 국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임 내정자는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100% 대주주인 만큼 그 주주로서의 역할과 권한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며 "그 원칙하에 지혜롭게 소통한다면 공동의 목적을 갖고 있는 이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다음달 정책금융기관 개편 논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책금융기관 새판짜기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이전 정부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를 산은지주가 흡수하는 안이 유력히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창조경제를 지원할 창조금융을 정책 1순위로 삼고 있는 만큼 현 정부의 숨은 실세와 외부인사가 들어간 산은·KB·농협금융지주 뿐 아니라,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창조금융의 핵심인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다음달 정책금융기관 개편 논의가 마무리되면 금융권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며 "또 새로 진용을 갖춘 6대 금융지주 체제에서 창조금융도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