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10년만에 흑자내고 주가 급등..보조금 빼면 아직 걸음마 단계 지적도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석유를 쓰지 않고 전기로 가는 자동차. 전기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사용함으로써 환경파괴의 주범인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자동차다. 각국 정부의 지원을 듬뿍 받고 있지만 자동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충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아직 가능성과 기대에 비해 고속 성장은 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 모터스가 실적과 주가 모두 쾌조를 보이자 전기차 시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금의 테슬라를 1910년대 돌풍을 일으켰던 제너럴모터스(GM)에 비유하기도 한다.
◇ 테슬라는 어떤 업체?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출처=포브스) |
전자 결제업체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였던 엘론 머스크가 지난 2003년 세웠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생했고 현재는 미국인인 엘론 머스크는 페이팔 주식을 이베이에 매각해 남긴 돈으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세웠다. 현재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겸 수석 디자이너로 있으면서 테슬라의 회장 겸 CEO, 제품 설계자 역할도 맡고 있다. 솔라시티란 업체의 회장이기도 하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의 실제 인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테슬라란 이름은 그가 학생 때 영감을 많이 받았던 니콜라 테슬라에서 따 온 것.
전기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직류전기'를 표방했던 토마스 에디슨에 테슬라는 '교류전기'로 대적했다. 종내는 교류전기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입증해 냈지만 대중적으론 에디슨에 패배(?)한 비운의 인물. 그러나 안전함보다는 혁신에 집중하는 기업가 정신의 소유자이자 천재적 발명가로서 후대에 재평가받고 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T(테슬라)도 그의 이름을 딴 것.
테슬라는 테슬라 로드스터(Tesla Roadster)란 첫 제품을 내놨다. 전기 스포츠카인 이 제품은 31개국에서 2500대 정도 팔렸다. 지난해 6월 4도어의 '모델 S'를 내놨고 세 번째 모델 '모델 X'는 시판 계획이 지연돼 내년에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 테슬라, 10년만에 흑자..구글과의 제휴로 관심집중
창립한 지는 10년 됐지만 계속 적자 장사를 해왔던 테슬라는 지난 1분기 첫 흑자를 냈다. 1100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 해 전 같은 기간 899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북미 지역에서 테슬라의 '모델S'가 GM이나 닛산의 전기차 대표 모델보다 많이 팔렸다.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출처=월스트리트저널) |
테슬라는 올해 '모델 S'를 2만~2만1000대 판매할 것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테슬라의 기세는 구글과의 제휴에서 더 세졌다.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무인 자동차 개발에 같이 나서겠다고 한 것. 또한 전기차 개발 등을 위해 8억3000만달러를 증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충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급속 충전소 '슈퍼차저(Supercharger)'를 현재 8곳의 세 배까지 늘려 짓겠다고 밝힌 것도 테슬라의 미래 가능성을 밝히는 역할을 했다.
한 번 충전하는데 20분밖에 안 걸리지만 충전만 하면 200마일을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충전소라고 설명한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만 있는 충전소가 미 동부 쪽에도 생기게 되니 원거리 주행도 어렵지 않아질 전망이다. 현재 다른 충전소들에선 한 번 충전하려면 몇 시간씩 걸린다.
테슬라가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한 충전소 `수퍼차저`(출처=테슬라) |
이런 덕에 주가도 치솟았다. 지난 2009년 나스닥에 상장한 테슬라 주가는 최근 수직상승했다. 114.90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다소 내려 3일(현지시간) 종가는 92.59달러.
◇ 베터 플레이스의 파산.. 전기차 시장 성장 `먼 길`
테슬라가 이렇게 '달리고' 있지만 실제 전기차 시장이 단시간에 급팽창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며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모델 S'의 경우 6만달러나 되는 가격이 결코 싸지 않으며 양산도 힘들다. 3~5년 안에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지만 매출이 단기간에 급증할 이유는 크게 없어 보인다. 물론 정부가 업체엔 보조금을, 구매자엔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는 장점은 있다.
지난해 GM은 판매가 부진했던 전기차 '볼트'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란 야당쪽 비난이 빗발쳤다. 여기에 GM의 전기차 '볼트' 차량이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 충돌 실험에서 화재를 내자 배터리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NHTSA는 이후 차량에는 결함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스라엘 전기차 배터리 업체 베터 플레이스의 충전소(출처=ABC 뉴스) |
그런데다 최근 이스라엘의 전기차 배터리 충전업체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2008년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베터 플레이스는 마치 자동차 업계의 기린아 대우를 받았었다.
베터 플레이스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형태의 충전소를 운영했다. 충전 시간도 몇 시간씩 걸리고 차값의 절반을 넘는 비싼 배터리를 구입하지 않고 리스 형태로 교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모델이었다. 전기차는 르노와 손잡고 생산했다. 그러나 수요는 매우 적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베터 플레이스는 지난 3월만 봐도 고작 750대의 전기차를 팔았을 뿐이고 이로 인해 돈을 벌기는 커녕 5억달러를 잃었다.
한편 '순수 전기차(EV)'는 이처럼 갈 길이 먼 반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PHEV)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가정이나 건물의 전기를 이용해 외부에서 충전한 배터리 전기 동력으로 주행하다가 배터리가 방전되면 일반 하이브리드카처럼 내연기관 엔진과 배터리의 전기동력을 동시에 사용해 운용하는 자동차다.
그리고 도요타나 혼다 등은 PHEV 가격을 계속 내리고 있다. 하이브리드카즈 닷컴에 따르면 올해 4월 판매된 PHEV는 7138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매우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작년에 비해선 배로 늘었지만 대중화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