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의 63%가 보험에서 발생..전자사업 명성 탈환 '안간힘'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소니. '워크맨'과 TV '트리티트론' , 그리고 최근엔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었고, 지금도 사실 그렇다.
그러나 실적을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전자 제품은 소니의 실적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3월로 끝난 2012회계연도(2012.4~2013.3) 소니는 5년 만에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간신히 돌아섰지만 전자 사업 부문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이 기간에도 손실을 냈다.
그럼 어떻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까. 전자 제품을 통해선 아니었다. 2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소니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준 건 보험 판매였다.
(출처=블룸버그) |
실제 소니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사업 부문은 보험이다. 일본 내에서 생명보험과 자동차, 의료보험을 판매하는 사업이 잘 되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 소니의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63%가 여기서 나왔고 지난 10년간 9330억엔(90억7000만달러)를 여기서 벌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 진출해 있는 사업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부문도 전자보다는 훨씬 성적이 좋다. 최근엔 영화 '스파이더맨'과 '제로다크써티' 등이 히트했고, 첼리스트 요요마 등의 뮤지션들을 확보하고 음반을 내면서 지난 10년간 올린 매출이 70억달러에 달한다.
헤지펀드 서드포인트 설립자 대니얼 로엡은 최근 소니에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분사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면 소니 주가가 60%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며서 투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지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자 시장에서 소니는 왕위를 빼앗겼다고 진단하고 있다.
투자사 미션 밸류 파트너스의 이사이자 히토츠바시대학의 방문교수로 있는 야마다 고유지는 "소니 이사회는 여전히 전자에만 천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소니의 전자 사업 부문은 누적손실만 85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야마다 이사는 "소니란 그림자에 가려 오히려 도쿄 증시에 상장돼 있는 보험사 소니 파이낸셜 홀딩스 주가는 경쟁사 다이이치 생명보험 주가가 올들어 36%나 오른데 비해 4% 밖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소니가 태생적으로 사업 구조가 전략적이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자, 보험, 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은 뒤죽박죽 시작하게 됐다는 것.
소니의 공동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는 1950년대 미국을 여행하다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시카고의 마천루들을 봤고 그 가운데 푸르덴셜 빌딩을 보면서 "어떻게 생명보험사가 저렇게 유명한 빌딩을 갖고 있을 수 있는가. 나도 은행과 금융기관을 설립해서 저런 빌딩을 짓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모리타의 바람은 1989년 결실을 맺었다. 일본에서 푸르덴셜과 손잡고 생명보험 사업을 개시하게 됐다. 1980년대 후반엔 또 소니의 전자 사업부를 확장하기 위해선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컬럼비아 픽쳐스와 CBS 레코드를 인수하게 된다. 그러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내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니의 보험 사업은 잘 됐다. 또 온라인 은행 소니 뱅크도 운영되고 있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출처=뉴욕타임스) |
일부 소니의 승부수가 빛을 발하는 부분도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스마트폰 'X페리아 Z'는 고품질 사진 촬영 기능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편이다.
맥쿼리증권 도쿄 사무소의 다미안 통 애널리스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니가 더 이상 눈부신 제품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디자인이 훌륭하고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제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제품들이 소니의 옛 영광을 다시 기억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