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인식 재고와 시스템 도입이 '먼저'
[뉴스핌=이연춘 기자] 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에도 '남양유업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남양유업은 김웅 대표 및 임원진들이 나서 대국민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상생 방안을 내놓으며 사태진정에 나섰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대리점주협의회는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반발했다. 특히 문제가 불거진 뒤 홈페이지 사과문 게재와 해당 직원 사직서 수리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 '갑을' 불공정거래 뿌리 뽑는다
이창섭 협의회 대표는 "남양유업은 형식적 사과에 그치지 말고 구시대적인 밀어내기 관행을 근절함으로써 사과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대리점주들은 여전히 밀어내기 등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지난 1월 말까지 대리점을 운영한 이 대표는 "대리점이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을 본사가 강제로 넘기고 유통기한이 임박해 폐기해야 하는 제품까지 보낸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은 피해대리점주들이 요구한 사안을 놓고 함께 대화를 나누겠다고 입장이지만 일부 시민단체가 불매운동 확대를 공언하고 있어 사태의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마저 이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갑(甲)'의 횡포를 막고자 칼을 빼들었다.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을 추진키로 한 것.
새누리당은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경실모)'을 통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실모는 다음주 남양유업 사례를 중심으로 한 '불공정행위 근절방안 정책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 모임 소속 이종훈 의원의 대표발의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실모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품판매를 떠넘긴 것과 같은 '밀어내기'가 유업, 주류업, 식자재 유통업 등에서 횡행하지 않도록 포괄적인 금지조항을 담아 공정거래법 23조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도 남양유업 사태로 드러난 '밀어내기', '떡값 요구', '일방적 계약해지' 등을 제재하는 방안을 담은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이종걸 의원은 "기존 공정거래법은 일반법이어서 본점과의 관계 속에서 대리점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하고 가맹사업법이나 유통사업법은 특정 업계를 다루기 때문에 법개정보다 법 제정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과징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학선 기자> |
◆ 경영진 인식 재고와 시스템 도입이 '먼저'
'갑'의 횡포가 사회적인 논란이 되면서 유통업계의 고질적 관행을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 약자에게 위해 또는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는 행태가 근절돼야 마땅하는 얘기다.
유통업계로부터 시작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는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이른바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를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성장이 정체된 시장상황에서 무리한 매출 확대는 영업 압박을 가하게 되고 결국 그 부담이 대리점에 전가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 책임투자 컨설팅회사인 서스틴베스트 측은 "국내 식음료 시장은 이미 공급 포화 상태로 성숙기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지난 정부에 이어 현정부에서도 식음료 업체에 대한 정부의 물가안정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채 초 식음료업체들의 가격인상 담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업계 임원들을 모아 가격인상 자체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약해지면서 제품차별화, 브랜드인지도 제고, 원가 절감 등의 방식으로 영업마진을 확대하려는 노력 대신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협역업체를 쥐어짜고 있다"며 "중소유통업자에게 재고를 밀어내거나 중간 유통공급가를 올리는 업계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양유업 사건은 그동안 당연시 되어왔던 식품업계의 부당한 거래 관행과 시스템의 일부가 드러난 것"이라며 "관련 업계 전반에 걸쳐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경영진의 인식 재고와 개선을 위한 윤리 교육 및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