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부채위기 속에 가파른 경기 하강을 맞은 유로존이 긴축과 유동성 공급을 해법으로 동원했지만 사실상 실패라는 주장이 정책자들 사이에서 나와 주목된다.
주변국의 강도 높은 긴축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관심을 모으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역시 경기 회복의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 긴축-금리인하 ‘해답 아니다’
22일(현지시간)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은 독일을 중심으로 EU가 주도한 주변국 긴축안은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년간 긴축을 단행했지만 경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소 위원장은 “긴축안이 근본적으로 올바른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 한계에 부딪혔다”며 “정책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설계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긴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EU 안팎에서 긴축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들어 유로존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ECB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0.75%인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유로존 은행권의 대출이 늘어나거나 경기 펀더멘털이 강해지기는 어렵다”며 “당장 시급한 과제는 독일 경제를 회복시키고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래로 쏠리는 실물경기
다년간 추진한 핵심적인 위기 해법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실물경기는 날로 기울고 있다.
고용 한파를 포함해 주변국 경기의 침체가 지속되는 한편 독일 경제 역시 취약하다는 평가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1분기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생산이 크게 위축된 데다 기후 영향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0.6%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데 이어 뒷걸음질을 지속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이와 캐피탈 마켓의 토비아스 블래트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미국의 최근 경기 흐름을 볼 때 독일 기업의 수출 성장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스페인의 국채 시장 안정과 별도로 간신히 유지하는 투자등급을 상실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은 국채 수익률이 아닌 재정적자 감축 및 2014년 성장 회복 여부에 달린 문제이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