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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실적쇼크] 대형사 저마진 공사만 11조원..잇단 실적악화 우려

기사입력 : 2013년04월22일 16:22

최종수정 : 2013년04월22일 16:22

저마진 건설현장 잔고 11조원..영업이익 감소 재무불량 뇌관될까

[뉴스핌=이동훈 기자] 건설업계가 저가로 수주한 해외건설사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국내업체들이 집중적으로 수주한 1조~2조원 규모의 해외 건설사업이 올해와 내년초 잇따라 완공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 시기 수주한 프로젝트는 수주 공사비 자체가 낮고 마진율도 5% 미만인 이른바 '저마진 현장'이 많다. 이에 따라 원가의 비율이 높아지면 적자로 돌아서는 사업장도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해외공사의 손실을 털어낸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뿐 아니라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실적쇼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건설사 및 금융,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등 8개 상장 건설사의 1·4분기 영업이익은 19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익(7987억원)보다 75.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외건설공사 매출대비 원가비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올 1분기 실적을 공개한 GS건설은 해외공사 원가율 상승 등의 이유로 535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이유 등으로 삼성엔지니어링도 2198억원의 1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두 회사의 1분기 실적 부진은 해외사업 원가율 상승 때문이다. 당초 예정 원가로 이익을 계산했으나 최종 원가율이 올라 앞서 발생한 이익이 적자로 둔갑했다는 것. 공사 원가가 올라간 것을 마지막 회계에 한꺼번에 정산(定算)하다보니 대량 실적쇼크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저가 수주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 2007년 이후 해외에서 공격적으로 공사를 수주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건설사들의 수주전은 더욱 가열됐다. 이어 2010년 UAE(아랍에미리트연방) 원자력발전소 수주부터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 해외건설수주는 국가적 추진과제로 떠올랐다. 
 
침체된 국내 시장을 대신해 단기간 해외공사를 집중적으로 수주하다보니 과당경쟁으로 저가수주가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 건설업계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간 건설업계에서는 싸게 1~2개 공사를 해주고 한방을 노린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며 "국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면서 이를 노리고 원가조정을 안해주는 악덕 발주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발 실적쇼크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이번 적자 원인은 미국 다우케미칼 염소 생산시설(공사비 4600억원)과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공장(6600억원) 공사에서 입은 손실 3000억원을 반영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저가 입찰로 눈총을 받은 사우디의 샤이바 액화천연가스(NLG) 처리·공급 시설(2조3000억원) 준공이 내년 3~6월이며, UAE·바레인 등에서 수주한 공사들도 줄줄이 회계 처리를 앞두고 있다.
 
GS건설의 어닝쇼크를 불러왔던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현장은 GS건설이 36억달러(4조300억) 수주한 것외에도 삼성엔지니어링이 27억달러(3조250억원), SK건설 21억달러(2조3520억원), 대우건설이 12억달러(1조3400억원)를 각각 수주했다. 이들 업체들도 원가율이 오르면 손실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동 플랜트 건설현장 가운데 이윤이 적은 저마진 공사 잔고는 1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저마진 현장'이란 마진율이 5%에 못미치는 저가 현장을 말한다. 주로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된 지난 2009년말~2010년 발주된 프로젝트다. 
 
이 무렵 발주된 해외 프로젝트는 유독 사우디아라바이와 UAE(아랍에미리트)에 집중돼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침체된 국내 건설시장을 대신해 이들 지역 공사를 저가에 수주했다. 

업체별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5조5000억원으로 저마진 현장이 가장 많다. 이어 GS건설 4조1000억원, 대림산업 3조3000억원, 현대건설 1조2000억원 순이다. 이들 현장 잔고는 언제라도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이야기다.

교보증권 조주형애널리스트는 "건설업도 종목마다 원가율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상황을 모든 업체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원가율 조정이라는 상황을 볼 때 해외건설에 깊숙히 참여한 건설사들은 비슷한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실장은 "이제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경쟁은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에 이른 것"이라며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의 해외건설 정책 방향에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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