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선행지표 역할, 안 죽었네
COMEX 구리가격 동향 [출처:CNBC] |
최근 세계 경기 둔화 신호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제시장의 전기동 선물 가격이 주요 지지선을 뚫고 내려가 금에 이어 약세장 진입 논란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뉴욕상품시장(COMEX)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전기동 선물 7월물은 3.6% 급락한 파운드당 3.2025달러에 마감됐다. 2011년 12월 14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
특히 이날 전기동 가격은 장중 3.192달러까지 밀려 2011년 10월 이후 주요 지지선인 3.20달러가 처음으로 붕괴됐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중국의 1/4분기 GDP가 예상을 밑도는 등 곳곳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신호들이 이어진 점이 상품 시장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지난달 유럽의 자동차 판매가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점, 글로벌 구리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해 무디스가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점, 달러 강세 지속 등의 요인도 구리 가격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 증권사 아우어백 그레이슨 애널리스트 리차드 로스는 “구리 가격 동향을 보면 금 가격이 무너지기 전 상황이 떠오른다”면서 “2011년 여름과 가을 이후 구리가격 하방선이 3.20달러였는데, 작년에도 이 수준을 시험하긴 했지만 이 같은 지지선이 제대로 무너진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 가격이 지지선인 1540달러 붕괴 이후 빠르게 하락했던 것처럼 구리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UBS 이사 아트 카신은 “글로벌 경제가 둔화양상을 보이는 듯 하다”면서 “상품시장 동향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특히 주식시장과 관련해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약세장에 대한 경계 신호로 간주되는 공포지수(VIX)는 이날 18.27% 급등한 16.51을 기록했다.
로스는 “현재 모멘텀을 감안한다면 구리가 조만간 3달러 지지선을 시험할 듯 하고, 3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급격한 약세장이 예상된다”면서 “이 경우 구리뿐만이 아니라 이머징 마켓, 글로벌 성장세, 상품시장 및 중국에 관한 약세 신호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구리(전기동)는 세계 경제 여건을 따라 정확히 움직이는 특징 때문에 ′닥터′로 불린다. 올해 3월 중순까지만 해도 경기 회복 기대감이 강했고 산업지표와 주식시장도 활황이었지만 전기동 가격만 하락하자 이것이 경고음이란 주장과 이번에는 진단이 틀렸다는 의견이 충돌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