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영화계의 거장으로 통하는 우디 앨런은 개성이 뚜렷한 감독 중 하나다. 감독뿐 아니라 연기도 사랑하는 그의 작품은 넘치는 위트와 유쾌한 상상력, 행복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특히 최근 5년 간 선을 보인 우디 앨런의 영화, 특히 로맨틱 코미디에는 이런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
‘로마 위드 러브’는 우디 앨런식 로맨스의 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에 열거한 요소에 충실한 영화다. 아름다운 도시 로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가 우디 앨런의 연출기법과 만나 독특한 색채를 머금는다.
인물들의 배치와 각기 다른 사연은 사랑의 도시 로마에서 꽃을 피운다. 휴가의 마지막을 로마에서 보내다 자신의 젊은 시절과 똑같은 청년 잭(제시 아이젠버그)와 조우한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의 이야기가 그 시작이다. 벼락스타가 된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 아내와 신혼여행을 온 자리에서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에게 끌리는 안토니오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맞는 뜻밖의 로맨스가 재미를 더한다. 감독 본인이 연기한 오페라 감독 제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디 앨런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도 여전하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보여준 기막힌 불륜 코미디가 특히 강하다. 다소 엽기적으로도 비칠 수 있는 우디 앨런의 코믹한 상상력은 ‘로마 위드 러브’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불륜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영화가 담고 있는 로마의 아름다운 풍광이다. 스토리와 완전히 하나가 되지 않은 느낌이 아쉽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로마의 구석구석은 관객의 눈을 호강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과장을 좀 하자면 객석에 앉아 천천히 로마를 여행하는 기분까지 들 만큼 영화 속 로마는 아름답다.
다만 ‘로마 위드 러브’는 단점도 몇 가지 안고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담백한 색채로 우리를 즐겁게 했던 우디 앨런 영화치고는 상업적인 분위기가 강한 것이 흠이다. 물론, 우디 앨런 감독 영화가 꼭 비상업적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내심 배신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연으로 소개된 엘렌 페이지의 비중에도 불만을 제기할 팬이 있을 듯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