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인기 트러스톤 주식운용3본부장
[뉴스핌=홍승훈 기자] 지난 2008년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지 불과 5년. '맨땅에 헤딩'하다시피했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제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운용사가 됐다.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주식투자용으로 트러스톤에 맡겨둔 돈은 7조원. 일년 전만 해도 삼성, 신한BNP파리바, 템플턴 등에 밀리던 트러스톤이었지만 어느새 기관들 투자일임 자금 1위에 올라섰다.
앞으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50%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펀드수퍼마켓 등 주변 채널환경이 개선되면 독립 운용사인 트러스톤으로의 자금 유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일반투자자 대상의 공모펀드에서도 트러스톤 성과는 빛을 발하고 있다. 설정 1년이 지난 10여개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5%에 육박하고 제갈공명펀드는 20% 수준. 여타 수십개 펀드를 내놓고 그 중 잘나가는 한두 개 펀드를 대표펀드로 내세워 수익률 마케팅을 하는 것과 달리 트러스톤은 대부분의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대동소이하게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강점이 있다.
이런 전략으로 급성장한 트러스톤은 현재 주식운용 규모가 9조원에 이르고 있다. 채권형 등 운용자산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했다. 1년여전 실험적으로 내놨던 공모펀드인 다이나믹코리아50의 경우 업계 최초 주식 롱숏전략으로 절대수익추구 스킴을 만들어내 중위험중수익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 뿐 아니다. 해외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해외투자자들에게도 주목받았다. 중국 국부펀드인 CIC에 이어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까지 트러스톤에 자산을 맡길 정도다.
지난해 3월 싱가포르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 증시에 투자하는 이 헤지펀드는 운용규모는 수백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주된 고객이 아시아지역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운용사의 해외진출에 한 획을 그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시장에서 삼성 미래에셋 한국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속속 빠져나오고 있어 후발주자인 트러스톤의 외연 확대와 해외시장 개척은 한층 두드러진다.
주식형펀드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트러스톤에서 대표펀드인 칭기스칸과 제갈공명 주식형펀드를 운용중인 대표 펀드매니저인 정인기 주식운용3본부장(상무, 사진)을 만나 그들만의 운용철학과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정 본부장은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신한BNP파리바 펀드매니저, 대우증권 프랍트레이더를 거쳐 지난 2011년 5월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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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발주자임에도 기관과 개인 자금유입 강도가 상당히 세다. 수익률도 항상 상위권이다. 비결이 뭔가.
▲ 미래에셋을 빼고 상위 랭킹 운용사 대부분이 은행이나 그룹 계열사다. 즉 펀드 판매망이 좋다. 똑같은 상품이면 계열사 것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우리는 뭔가 달라야 했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레코드를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우리 목표는 최대 규모의 운용사가 아닌 퀄러티가 최고인 운용사다.
-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과정에서 연말 연초를 수익률이 다소 떨어졌다고 알고 있다. 바뀐 포트에서 문제가 생긴건가.
▲ 작년 말에 시장이 너무 쏠린다고 판단해 포트폴리오를 일부 바꾸기 시작했다. 내재가치를 오버한 종목들이 있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이를 팔고 내재가치 이하 종목을 매수했다. 다만 미처 포트를 다 바꾸기도 전에 예상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고, 기존 포트에 있던 종목들이 다소 영향을 받았다.
- 최근 보험사들 중심으로 대규모 환매가 있었는데.
▲ 보험사들이 결산을 앞두고 칭기스칸펀드에서 1500억원 가까이 뺐다. 칭기스칸펀드가 8000억원대에서 6000억원대 후반으로 줄어든 이유다. 다만 이는 해마다 있는 일이다. 그들도 손익을 맞추기 위해 매도를 해야하는데 여러 펀드들 중에서 당연히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를 뺀다. 이들 자금은 4월에 다시 들어올 것으로 본다.
- 트러스톤의 주식운용 스타일에 대해 얘기해달라.
▲ 첫째는 장기적으로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한다. 둘째는 내재가치 이하에서 매수한다. 셋째는 리스크는 자산가격의 변동이 아니고 펀더멘탈의 변화다. 이 중 셋째 항목은 주변에서 유니크하단 평가를 받는다. 교과서적으로는 리스크란 자산가격 변동성인데 우리는 주가가 아닌 펀더멘탈이 주된 판단 근거라는 점에서다. 예컨대 펀더멘탈에 변화가 없다면 주가가 빠지더라도 우린 이를 매수기회로 삼는다. 다만 펀더멘탈 변화를 미리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황성택 대표가 주식운용에 직접 관여하나.
▲ 물론 황 대표가 CIO(운용총괄) 역할을 하고 방향과 의사결정을 내린다. 다만 기본 어프로치는 팀이다. 개인 능력에 의존하면 좋긴한데 안될때는 리스크관리에 문제가 생긴다. 업계 병폐 중 하나다. 운용역과 애널들간에 의견 개진과 치열한 토론을 거쳐 모델포트폴리오를 추출하고 이를 투자에 반영한다.
- 모델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르나. 펀드매니저들의 개별판단은 어떻게 반영되나.
▲ 다른 하우스와 비슷할 것이다. 먼저 모델포트폴리오를 짜고 70% 이상을 개별 펀드에 복제해야 한다는 내부 룰이 있다. 이를 충실히 수행한다. 나머지 30% 역시 엉뚱한 종목을 담는게 아니라 모델포트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종목을 더 담기도 한다. 또 좋은 주식인데 어떤 이유로 모델포트에 못들어갔다면 개별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이를 추가할 수 있다. 1년을 보면 포트폴리오 내에서 매매하는 종목은 30% 안팎이다. 나머지는 1년 이상 그대로 가져가는 편이다.
- 모든 펀드가 모델포트폴리오만을 따라가면 방향성이 같아진다. 방향이 맞다면 다 좋겠지만 반대의 경우 모든 펀드가 어려워질 수 있지 않나.
▲ 수년동안 이렇게 해왔는데 꾸준히 초과수익을 내왔다. 끊임없이 탐방을 가고 서로 크로스체크를 하고 토론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좋은 종목들만 선택되더라. 또한 중요한 것은 고객인데 펀드마다 각자 해버리면 고객간에 수익률 편차가 커질 수 있다. 이는 트러스톤을 믿고 들어온 고객들을 차별화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 작년 연말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올 상반기 채권 전성기가 마무리되면서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로 갈 것으로 봤던데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한가.
▲ 기본 생각은 그대로다. 당시 그렇게 본 이유는 채권과 주식의 일드갭(Yield Gap, 채권과 주식자산의 가격차이)이었다. 당시 8%가 넘었다. 때문에 주식으로 올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시장은 글로벌 저성장기조를 가정한 상황에서 한국이 그나마 2~3% 성장하니 장기 그림에서 금리인하에 방향성을 뒀고 때문에 채권이 계속 가는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채권은 선행지표가 아니고 동행, 후행성격이 있어 기존 생각대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또한 연말연초 넘어오면서 외국계 자금이 이머징마켓의 주식형으로 많이 이동했지만 뱅가드 이슈등 다른 이유에 묻힌 측면도 있다.
- 국내증시에 과거의 '차화정'과 같은 주도주 흐름이 올까.
▲ 차화정과 같은 흐름은 고성장 시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금은 성장률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 특정업종이 오랜기간 추세를 뽑아내긴 어려운 시기가 됐다. 시장 역시 이익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안정적으로 늘어가는 기업을 원한다.
- 개인투자자들에게 최근 장세의 종목픽킹 전략에 대해 조언을 하자면.
▲ 한국경제 성장이 높을때는 EPS(주당순이익)가 30%, 50% 이상 되는 종목들도 나온다. 이런 기업들이 활개를 칠때는 내수주 중에서 매년 10%씩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이런 기업들을 봐야한다. 저성장시대에서 재미는 없지만 매년 5~10%씩 EPS를 늘려가는 기업들이 좋다. 예컨대 음식료기업 중 한 기업 EPS가 늘때는 10~15% 늘고, 줄어도 5% 정도라면 이 기업에는 투자하는 것이 맞다. 투자자들 역시 생각이 바뀌어 대박보다는 금리 플러스 알파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길 바란다.
- 요즘 다이나믹코리아50펀드가 인기몰이를 한다던데 어떤가.
▲ 최근 급격히 자금유입이 되면서 2000억원짜리 펀드가 됐다. 채권과 주식을 5:5 비중으로 넣는데 수익은 채권에서 3, 주식에서 7이 나오는 구조다. 주식 롱숏전략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스킴인데 지난 1년간 운용한 결과 연간 10% 이상 수익률이 나왔다. 시장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상관없이 수익이 나오는 구조라서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
- 다이나믹펀드의 투자스킴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 보통 일반 혼합형펀드는 채권에서 쿠폰 수익률이 나고 주식에선 시장이 오르면 수익이 나는 구조다. 주로 채권보다는 주식에서 수익을 더 내라는게 보통이다. 다만 시장이 빠지면 주식에서 깨먹으면서 인기가 없어졌다. 때문에 이 펀드는 자산의 50% 이내에서 채권을 편입하고, 나머지는 주식매수와 차입매도가 동시에 이뤄지는 '롱숏' 전략을 업계 최초로 활용했다. 물론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판별해내 이를 비중에 맞춰 롱숏을 구사하는게 중요하다. 처음엔 생소했지만 1년간 변동성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다.
- 칭기스칸펀드에 이어 제갈공명펀드를 내놨는데 차이점이 뭔가.
▲ 일반 주식형펀드는 칭기스칸과 제갈공명 딱 2개다. 과거 운용사들이 여러 펀드를 출시해 국면별로 수익률 좋은펀드를 마케팅하는게 관행이었는데 이는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봤다. 때문에 칭기스칸 한 개 펀드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을 써왔다. 다만 리스크 선호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초과수익을 내자는 수요가 있었고 제갈공명펀드를 출시하게 됐다. 편입종목에 있어 제갈공명펀드가 다소 많고 중소형주 비율도 칭기스칸은 10% 안팎, 제갈공명은 15% 안팎이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