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경기 부진에 주춤...글로벌경기 회복시 수혜 기대
[뉴스핌=김선엽 기자] 천연가스 확인 매장량 세계 1위, 석유 생산량 세계 1위 그리고 국토면적 1위.
독보적인 자원부국 러시아의 이야기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로서는 침이 꼴깍 넘어가는 수식어들이지만 정작 러시아에 대한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이머징 국가답지 않게 성장률이 낮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에도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게다가 1998년 모라토리엄 선언의 '전과'까지 있어 러시아채권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고위험 채권' 쪽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곳 역시 러시아라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루블화와 유가의 움직임이 강한 동조성을 보이는 만큼 글로벌 경기의 회복 시점에는 눈여겨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조언이다.
◆ 대EU 수출 의존도 높아‥글로벌 경기침체에 직격탄
러시아 경기는 최근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내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수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대 유럽연합(EU) 수출이 빠르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수출의존도(수출/GDP)는 2011년 기준 28%이며, 대EU 수출비중이 48.4%에 달한다.
수출이 유럽의 수입수요 위축, 유가하락으로 인한 석유제품의 수출 감소 등으로 계속 둔화돼 작년 3분기 성장률은 11.6% 감소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던 고정투자도 점차 둔화되고 있다.
성장률 둔화로 인해 증시 부진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 주가는 올해 1월 말을 정점으로 꾸준한 하락했고 러시아의 주식형 뮤추얼펀드는 지난 2월까지 16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기간 중 129억루블(약 4억1700만달러) 가량이 유출됐다.
게다가 높은 물가상승률을 견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정책금리를 8.25%로 0.25%p 인상한 이후 6개월 연속 동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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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전망, 올해까지는 '흐림'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성장세 둔화 속에 긴축적 통화정책까지 겹치며 러시아 증시 역시 부진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 국제경제부 김명현 과장은 "올해 글로벌 경제의 완만한 회복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가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수출 확대로 이어지겠지만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지속, 재정 및 통화정책 면에서의 제한적인 여력 등으로 GDP성장률이 지난해와 비슷한 3%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 박미정 연구원은 역시 "지난해 3분기 이후로 성장세가 계속 부진하다"며 "수출에 이어 내수도 좋지 않아 성장률 등 경제상황은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대외 여건, 특히 에너지 가격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작년보다 경기부양책을 축소할 예정이라 이 또한 경기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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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와 러시아의 환율 추이 <출처 : 블룸버그> |
◆ 외환보유고 세계 3위‥환율, 유가와 강한 동조성
하지만 2009년을 제외하면 러시아는 3%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외환보유고 역시 오일머니 덕분에 탄탄하다. 지난 2월말 기준 5262억달러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증권사의 한 해외채권 전문가는 "외환보유고가 우리나라보다 많고 미국을 시작으로 경기가 개선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미정 연구원은 "98년 모라토리엄의 재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민간의 부채는 높지만 정부부채는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기준금리와 관련해서는 "물가는 높은 수준이지만 성장률이 낮아져서 상반기까지는 동결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머징 마켓 특유의 높은 성장률은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고정수익을 노리는 채권투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정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투자 박형민 연구원은 "국가채무 비율이 낮고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어 디폴트 위험은 낮다"며 "다만 정부 부패로 인해 정부 효율성 지수가 낮아 예측할 수 없는 정치 리스크는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러시아채권의 경우 표면금리는 7.5%, 만기는 6년이다. 회사측은 세후 예상수익률을 4~5%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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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