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이른바 ‘플랜B'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키프로스 사태를 계기로 유로존 정책자들에 대한 신뢰가 한풀 꺾인 데다 드라기 총재의 하반기 경제 회복 전망에 대해서도 신뢰가 깨지면서 ECB가 조만간 공격적인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 미국식 양적완화(QE)를 포함한 비전통적인 카드를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ING은행의 마틴 반 블리에트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ECB가 비전통적인 형태의 경기부양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이달에 이 같은 대책을 제시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머지않아 ECB는 유로존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지금까지 제시했던 것보다 한층 더 과감하고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경제가 2년째 침체 상태인 데다 ECB의 사상 최저 금리가 주변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만큼 드라기 총재의 차기 부양책이 기존의 대책과는 달라야 한다는 얘기다.
ABN 암로의 닉 코니스 매크로 리서치 헤드는 “매크로 경제의 부진과 저조한 인플레이션,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신용경색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ECB의 부양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ECB가 추가 부양에 나설 경우 상당히 강력한 형태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헤이스팅스는 “유로존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로화 평가절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드라기 총재가 가진 옵션은 그리 많지 않다”며 “유로존 경제를 살리려면 조만간 유로화 평가절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ECB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융위기 이후 단행한 양적완화(QE)와 같은 형태의 부양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투자가들은 금리 인하와 담보 요건을 대폭 완화한 저리 대출 등을 ECB의 추가 부양 대책으로 꼽았다.
한편 ECB는 이날 9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회의 후 드라기 총재는 “경기 부진이 유로존 회원국에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악화시 추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