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의 화려한 실적, 빛좋은 개살구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제조업과 장삼각(长三角) 일대를 중심으로 대출 상환 연체율이 위험수위에 올랐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실적보고를 마무리한 중국 주요 은행들이 2012년 대체로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는 긍정적 평가뒤에 나온 경고여서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중국 관영 통신사 신화망(新華網)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회계연도 기준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중국은행,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의 부실대출 총액이 2260억 위안에 달한다. 이는 이 3대 은행 순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중국 주요 은행들은 최근 2012년도 실적보고를 마무리했다. 순이익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지만, 전반적으로 부실자산이 줄고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다는 것이 중국 대다수 언론과 경제계의 반응이다.
실제로 중국은행,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은 2012년도 4842억 위안의 이익을 거뒀다. 한 은행당 13억 3000만 위안(2300억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은행권의 지난해 실적을 높게 평가하는 주요 근거로는 높은 실적 외에 자산의 질적 향상이 제시됐다. 농업은행의 2012년 부실대출 잔액과 부실대출 비율은 각각 15억 1000만 위안과 1.33%로 전년도 말보다 줄었다.
건설은행은 부실대출 비율이 전년도 말보다 0.10%포인트 오른 0.99%를 기록했지만, 부실대출 잔액은 37억 위안 감소한 746억 1800만 위안에 그쳤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은행들의 회계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화망은 농업은행을 제외한 중국은행과 건설은행의 부실대출 잔액이 모두 증가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지역별로는 장삼각(長三角) 지역을 부실대출이 집중된 '지뢰밭'으로 지적했다.
제조업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하고, 장삼각 지역은 제조·금융·관광 산업이 발달한 경제중심지임을 고려하면 이 매체가 지적한 부실대출의 위험성을 간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업은행은 장삼각 지역의 부실대출 잔액은 197억 3400억 위안으로 전체 부실대출의 23%를 차지한다. 건설은행의 장삼각 지역 부실대출은 전체 부실대출의 44.1%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농업은행의 부실대출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8.7%, 금액으로는 332억 600만 위안에 달한다. 건설은행은 306억 9000만 위안으로 전체 부실대출의 41%를 차지한다.
또 다른 매체인 21세기경제보도도 27일 5대 상장 은행의 대출 상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평안은행(平安銀行·핑안은행) 2012년도 회계보고에 따르면, 원금과 이자 연체일이 90일을 넘긴 대출규모는 50억 2700만 위안으로 전년대비 100%가 늘었다.
포발은행(浦發銀行·부파은행)도 2012년도 상환을 연체한 대출규모가 전년대비 103.8%늘어난 138억 3900만 위안에 달했다.
부실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 금융관계자는 "부실대출 위험성의 노출시기는 정부의 정책에 달려있다.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이 느슨해질 경우 위험상황이 늦게 나타나겠지만, 만약 시장을 바짝 잡아 죄면 부실대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28일 중국 A주 오전장에선 은행주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흥업은행(興業銀行) 주가가 9% 폭락해 이날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농업은행, 교통은행(交通銀行)은 3% 이상, 중국 4대 국유은행인 건설은행, 공상은행(工商銀行)과 중국은행의 주가도 2% 하락했다.
이날 은행주 폭락은 중국 은행감독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자산운용상품 관리감독 강화 통지'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