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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학선 기자> |
이철희 동양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의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디플레 우려를 떨치고 인플레 기대를 유발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들이 디플레 탈출을 위해 인플레 기대를 유발하는 새로운 통화정책 레짐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너무 빠른 재정 긴축이 성장을 위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채 축소 노력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제적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의 상황은 이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 2012년 명목 GDP 정체…디플레 초입
한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갑자기 명목 GDP 정체 현상을 겪기 시작했다. 한국의 작년 3분기 명목 GDP는 전년 대비 2.4% 증가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1997 년 IMF 이후 처음으로 명목 GDP 증가율이 4%를 하회했다.
수출 의존도(수출/GDP)가 56%나 되는 대외의존 경제임에도 지난해 연간 수출 증가율이 -0.7%(달러 기준)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경기 침체로 내수마저 부진한 결과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이 같은 수출과 내수 부진 충격을 완화하는데 충분히 기여하지 못한 점이 국내 명목GDP가 정체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명목 GDP가 6~8% 정도는 성장해야 하는데, 지난해 3분기 2.4%에 그쳤고, 4분기에는 거의 제로(0) 수준까지 갈 것"이라며 "지난 IMF 때 수준처럼 경제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 '일본식 장기 디플레' 우려 떨쳐야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장기 디플레를 겪을 거라는 이데올로기를 깨야 한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과거 일본처럼 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 당연시하고 있다"며 "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해 디플레로 간다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이 디플레에서 인플레로 과감히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플레와 인플레는 통화정책의 문제로, 세계적으로도 바꿔야 된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디플레로 가지 않고, 향후 4~5년 간은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며 일본도 완화정책에 힘입어 머지않아 디플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 반일 정서나 과거 편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론을 보고, 미국의 생각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 명목 GDP 안정 위한 거시정책 제시해야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회복 기조가 분명해짐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경기회복 속도는 완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명목 GDP를 결정하는 주요 거시정책인 재정, 통화 그리고 환율 정책이 모두 긴축 스탠스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한국 정부는 대외신인도 제고라는 명분 아래 강한 ' 균형재정' 원칙을 우선시 한 결과, A등급 국가 중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상향되면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돼 원화 강세를 초래했다"며 "또한,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2013~2015 년 중기 물가목표를 2010~2012년 3.0±1%에서, 2.5%~3.5%로 변경하고도 3%라는 중심 타겟을 설정하지 않아 경제주체의 기대 불확실성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 미국의 환율조작국 경고 리포트에 이어 현 정부도 물가안정을 위해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 시장의 추론이 한 쪽으로 쏠려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원화강세가 진행되는 것은 맞지만 펀더멘탈에서 크게 이탈한 원화강세는 허용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내수, 중소기업, 서비스업, 중산충 중시 등)과는 별도로 총수요(명목 GDP) 안정을 위한 거시 정책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거시 대책은 GDP의 2%에 해당하는 20조~30조원의 추경 편성을 포함한 재정확대 정책, 1~2차례의 금리 인하를 포함한 추가 금융완화 정책 그리고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당국의 긴급 조치들을 포괄하는 일괄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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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학선 기자> |
경기회복을 위한 거시 정책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이 경제주체의 기대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될 전망이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은 정부와 상의해 중기 물가목표의 중심 타겟을 재차 3%로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믿음을 시장에 주어야 한다"며 "국내 명목 GDP 상승률이 다시 6~8% 만큼 증가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설정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면 그 기대감에 의해 자산 충격은 잘 오지 않는다. 일본도 아직 구체적으로 집행된 바는 없는데 그 기대감만으로 바뀌고 있다.
그는 "내년까지 일본 닛케이지수는 1만6000,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2만 그리고 S&P500 지수는 1600~1650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증시는 낙관적으로 봤을 때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발생한다면 올해 2200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으로는 추경 편성, 금리 인하 그리고 부동산 대책 등이 같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금리는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5월에는 인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 정부의 거시정책 실종을 우려한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일본의 디플레 탈출 정책에 의한 원/엔 환율의 급락이 한국 수출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에 대한 구체적 대항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선거 기간을 거치면서‘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된 듯해, 정부와 관료들이 선진국 재정위기가 일단락 됐는데도 '균형재정' 도그마에 빠져서 디플레 압력에 시달리고 고통받는 국민은 보지 않고 비난만 피하고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료들은 원화 강세가 지나친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부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과 '균형 재정' 도그마에서 벗어나야만, 글로벌 경기회복에 우리나라도 적극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