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지점영업 등 3社 3色 생존전략
[뉴스핌=백현지 기자] 증권업 불황이 지속되며 3월말 결산을 앞둔 증권사들이 비상이다. 적자 전환한 증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에 비해 순이익이 40~50%나 늘어난 '알짜배기' 증권사도 있어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가 상장한 증권사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3분기 누적(2012년 4~12월) 순이익 증가율에서 신영증권이 54.3%로 1위를 차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53.2% 증가를 기록, 간발의 차로 2위에 올랐다. KTB투자증권도 32.3%나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3개사가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경영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호황기에도 지점을 늘리지 않고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신영증권, 시장 트렌드 변화를 예상하고 한발 앞서 나간 메리츠종금증권과 벤처투자회사를 뿌리로 증권사로 전환한 KTB투자증권 등이 그것이다.
◆ 전국 지점 26개 '신영증권'
신영증권(대표 원종석)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43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4.3% 증가했다. 상장 증권사 중 순익 증가율로는 1위다.
신영증권은 창업 이후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치기로 유명하다. 호황기에도 지점을 늘리지 않고 불경기에도 큰 인력 변화 없이 꾸준한 경영을 유지한다. 전국 26개 지점을 지난해 증권가를 휩쓴 지점 통폐합 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유지해왔다. 물론 오랜 기간 함께해온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다. 이로인해 다른 증권사들이 거래대금 축소에 따른 리테일 부문 수익성 약화에 시달릴 때 신영증권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
여기에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 운용 등에서 꾸준한 수익을 냈다. 신영증권은 자기자본기준 규모는 업계 11위 정도지만 파생상품 ELS 시장점유율은 6~7위 권으로 회사규모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주가가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한 2007년에도 신영증권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 정도로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며 "IB사업 부서만도 8개가 넘으며 일정수준 이상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 발빠른 행보 '김용범 사장 효과' 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종금증권(각자대표 최희문 김용범)은 지난 3분기까지 512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전년동기대비로는 53.4% 성장했으며 3분기에만 14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5월 최희문․김용범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메리츠종금증권의 투트랙 경영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대표는 모두 '채권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시장 출신이다.
메리츠증권은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하며 FICC팀과 IB부문을 강화하는 등 발빠른 변화를 보여왔다. 철저하게 리스크를 줄이며 수익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펼쳤다.
특히 지난해와 대비했을 때 외환거래익이익 191억원에서 481억원까지 급증한 점이 돋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종금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기업대출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맞춘 빠른 의사결정으로 선제 대응했다"며 "채권부문에서만 수익을 거둔 게 아니라 전부문에서 고르게 이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치영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리츠종금증권은 3분기 기준 7.5%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FY12년 기준으로 9~10%까지 가능할 것"이라다고 전망했다. 대형 증권사들의 ROE가 5%에 못미치는 것과 비교된다.
◆ 벤처투자, M&A 특화 자회사 덕 'KTB투자증권'
KTB투자증권(대표 주원)은 3분기 누적 순익이 7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3% 증가했다.
KTB투자증권은 현재 총 11개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회사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이에 벤처캐피탈의 자산매각 시점에 처분 손익이 더해지는 것이다.
자회사로는 KTB네트워크, KTB자산운용 등을 비롯해 벤처투자, 사모투자전문회사(PE), 대부금융 등 다양하다. 특히 부동산 자금중개 자문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는 KTB네트워크와 같은 자회사가 하는 비즈니스가 벤처투자나 M&A이다보니 중장기 플랜을 짜서 투자를 해서 수 년간에 거쳐 회수를 하는 구조"라며 "계열사간 시너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KTB투자증권은 대형증권사 대비 거래대금 급감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브로커리지 약정 시장점유율 증대는 소폭이지만 수수료 손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