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사진=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포스터] |
1939년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 '오즈의 마법사'는 휘몰아치는 회오리 바람을 타고 신비의 나라 오즈에 도착한 소녀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묻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에게 닿기 위해 악전고투하며 앞으로 나아간 도로시는 마침내 그를 만난다. 하지만 알고보니 '오즈의 마법사'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실망스러운 반전이 도로시를 기다리고 있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원작 '오즈의 마법사'의 끄트머리에 아주 잠깐 등장했던 이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신비의 세계 오즈에 전설로 남아있는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 그의 탄생 비화가 낱낱이 공개된다.
주인공 오즈(제임스 프랭코)는 유랑 서커스단의 삼류 마술사다. 여자를 좋아하고 사기꾼 기질마저 있는 그는 여자를 잘못 건드려 급히 열기구를 타고 도망치다 회오리바람에 휩쓸린다. 그런 그가 신비의 세계 오즈에 불시착하면서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서막이 열린다.
'오즈'를 태운 열기구가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세계에 도착했다. [사진=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스틸컷] |
오즈의 세계에 불시착한 마술사 '오즈' [사진=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스틸컷] |
영화는 보잘 것 없는 삼류 마술사 '오즈'가 신비의 세계 오즈에서 위대한 마법사로 추대받고 악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순수하고 선한 일면이 눈을 뜬다는 설정으로 전개된다. 그가 용기를 내서 자신의 무기인 재치와 기지를 발휘해 오즈의 평화를 위협하는 두 마녀를 무찔렀을 때 비로소 오즈에는 진정한 평화가 도래한다는, 흔하다면 흔한 내용임을 부정할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원작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조미료에 그쳤던 세 마녀의 이야기다. 원작에서는 회오리 바람을 타고 온 도로시의 오두막집에 짓눌려 등장할 새도 없이 죽어버린 사악한 녹의 마녀(레이첼 와이즈).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그녀의 실체를 영화는 능동적이고도 유기적으로 재해석했다.
원작에서 최종 보스로 등장하는 사악한 빨간 마녀(밀라 쿠니스)는 사실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맑은 소녀였다는 반전 아닌 반전에 관객은 충격에 빠질 법도 하다. '오즈'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첫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배신당한 슬픔으로 분노의 감정에 장악 당하는 캐릭터는 (그녀의 본성을 운운하기 이전에) 어찌 보면 가장 비극적인 피해자일 수도 있겠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사진=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스틸컷] |
'오즈'는 자신이 예언의 마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쁜 마녀와의 전쟁을 코앞에 두고서야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평화와 자유를 옹호하고 봉사를 실천하는 남쪽의 착한 마녀 글린다(미쉘 윌리엄스)가 "알고 있다. 그건 상관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중요한 것은 그들(오즈의 백성들)이 당신을 마법사라고 믿는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는 그녀가 진실은 어찌 됐건 상관없다는 결과주의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즈의 내면에 숨겨진 특별한 무언가를 그녀가 알아챘기 때문인 걸까?
하지만 후자의 해석을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오즈'가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음직한 보편적 선함 그 이상의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 더 필요할 것이다.
하긴 '선함'을 대표하는 인물인 글린다가 '진실'이라는 미덕을 뒷전으로 두더라도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세상의 모든 순수와 청렴을 한 데 모아놓은 천편일률적인 캐릭터를 우리는 충분히 봐 오지 않았나.
숲을 빠져나오자 보이는 에메랄드성 [사진=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스틸컷] |
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3D 영화의 대표주자인 '아바타'가 선사한 충격 이상의 것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장대한 스케일에 놀라는 것은 둘째치고, 마치 신비의 세계 오즈를 실제로 거닐고 있는 듯한 짜릿한 경험은 영화를 보는 데 있어 놓칠 수 없는 묘미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을 통해 관객들은 거대한 크리스털 꽃송이가 활짝 만개하는 장관을 눈 앞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투명한 비누방울을 타고 절벽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날아올라가, 친절한 오즈 주민이 사는 마을을 방문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관객들이 실제로 오즈의 세계로 빠져버린 것처럼 느끼도록 인도하는 3D 영상의 압도적인 연출력, 나아가 영화 기술의 놀라운 혁신은 모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에메랄드 성 [사진=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스틸컷] |
영화 속,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삶의 소소한 진리(?)라던가 '착함'과 '진실'의 양립 문제에 대한 다소 씁쓸한 암시는 일단 제쳐두자.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착한 사람은 승리하고 마침내 악은 물러난다는 권선징악적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식상한 주제는 꽤나 멋들어지고 재치 있게 표현돼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지도 모르겠다.
떠돌이 삼류 마술사 '오즈'는 미국 캔자스의 땅을 밟고 서서 "나는 착한 사람이 되고싶지 않아.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허세를 담아 말한다.
모든 싸움이 끝나고 평화를 되찾은 신비의 세계 오즈에서, '오즈'는 비로소 자신이 위대한 사람이 됐다고 느꼈다. 그런 그에게 하얀 마녀 글린다는 말한다. "당신은 위대한 사람보다 더 대단해요. 당신은 착한 사람이에요"라고.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