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은행권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출금 상환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에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는 안도감이 번지고 있지만 실물경기의 냉각 기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1조유로 이상의 대규모 자금 공급이 유로존의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지출을 회복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28일(현지시간) ECB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민간 부문 대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0.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기업과 가계 대출이 8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ECB가 금리 인하와 함께 대규모 자금 공급으로 조달 비용을 대폭 떨어뜨렸지만 민간 자금 수요를 살리지 못한 셈이다.
12월 비금융 부문 민간 대출은 220억유로 감소했고, 이 가운데 가계 대출이 30억유로 줄어들었다. 전체 감소폭은 11월 70억유로에서 확대됐다.
ECB의 값싼 유동성이 밑바닥 경기로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자금이 금융권에서 실물경기로 이전되지 못할 것과 같은 현상이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호워스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유로존 은행권의 유동성 상황이 개선됐지만 민간 부문 자금 수요를 개선시키지 못한 것이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물경기가 침체로 빠져든 데 따라 기업과 가계의 경기신뢰가 악화, 투자와 지출이 위축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침체 리스크가 주변국에서 독일을 포함한 중심국으로 확산되면서 민간 경제가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는 저리 자금 공급과 무관하게 민간 부문의 투자가 살아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리 다이런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금융시장의 낙관적인 투자심리가 실질적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민간 부문의 자금 수요 역시 살아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2월 유로존의 광의의 통화(M3) 공급 증가율은 3.3%를 기록해 11월 3.8%에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