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당선인에 대한 재계 차원의 화답일까. 글로벌 경쟁사들이 어려울 때 띄우는 '승부수'일까. 재계의 '2013 투자 계획' 수치가 당초 예상수준을 웃돌고 있어 주목된다.
뉴스핌은 최근 발표되는 재계의 투자계획에 대해 투자대상 등 투자포인트가 무엇인지, 재원 마련방안은 무엇인지,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관점은 어떠한지 등 투자자들의 궁금증에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양창균 기자] 계사년(癸巳年) 신년부터 LG그룹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재계에서도 보수적 경영으로 손꼽히는 LG그룹이나 올해의 출발은 다르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투자계획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공격경영의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
투자규모도 당초 예상을 웃도는 사상최대규모이다. LG그룹이 최근 공개한 올해 투자 규모는 20조원. 이는 전년도 집행한 16조 4000억원 투자규모 대비 19.1% 늘어난 사상최대 액수이다. 이제 재계와 시장의 관심사는 투자처이다. LG그룹이 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금액을 어디에 어떻게 쓰이냐이다.
올해 초 밝힌 구본무 회장의 신년사를 보면 올해의 투자 목표를 읽을 수 있다.
구 회장은 "더욱 예측하기 힘든 앞으로의 경영환경에서 이제 일등기업이 아니면 성장이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며 "결국 시장선도 상품으로 승부해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스스로가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의 상당액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금까지 LG그룹이 공개한 투자내역은 이렇다. 시설부문 14조원과 R&D(연구개발)부문 6조원이다. 사업부문별로는 전자부문 13조 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화학부문 3조 5000억원, 통신‧서비스부문 3조 1000억원등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 시장선도형 스마트폰‧TV‧디스플레이에 역량 집중
이번 LG그룹이 투자키로 한 20조원 가운데 적지 않은 금액이 스마트폰과 TV, 디스플레이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투자의 상당금액을 스마트폰과 TV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더 추가하면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신규사업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의 전체 투자금액 20조원 중 67%인 13조4000원이 전자부문의 시설투자와 R&D에 쓰여질 예정이다. 특히 LG그룹이 올해 전체 시설투자로 잡은 14조원 중 57%인 8조원 정도가 전자부문의 시설투자로 잡았다.
시설투자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등 전자 계열사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LG전자가 미래성장동력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할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스마트폰, TV등 생산라인 확대에 사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G그룹이 역점을 두고 있다. LG그룹의 핵심사업인 스마트폰과 TV의 핵심패널을 맡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도적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고해상도 모바일용 LCD 패널(LTPS) 생산라인과 미래 제품 준비를 위한 OLED, 산화물반도체(Oxide TFT) 생산라인 구축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의 역할도 중요하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과 터치윈도우, 스마트기기용 인쇄회로기판(PCB) 등의 생산라인 증설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6조원의 투자계획을 잡은 R&D투자도 공격적이다.
또 다른 LG그룹 관계자는 "올해 주력사업의 상품‧서비스 완성도 제고와 차세대 선도상품 원천기술, 승부기술 발굴 확보등에 6조원을 선제투자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5조원 대비 20% 증가한 규모다.
전자부문에서 LG전자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비롯해 울트라 HDTV, 올레드(OLED)TV, 스마트TV 제품 차별화 기술 개발 등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플렉시블(Flexible),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에 기술 투자를 하고 60인치 투명 OLED 패널은 오는 2016년 개발 목표로 R&D를 진행키로했다. LG이노텍은 차세대 LED 소자를 개발하고 차량용 부품 R&D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화학‧통신도 키운다
LG그룹은 고른 사업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화학부문과 통신부문 영역에도 적극 투자키로 했다. 이중 화학부문의 시설투자와 R&D투자는 총 3조5000억원 규모이다.
LG화학이 석유화학 제품인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고기능성 합성고무(SSBR) 생산라인과 파주 LCD 유리기판, 광학필름 생산라인 확대에 투자키로했다.
또한 LG화학은 미래선도기술 확보를 위해서도 다양한 기술투자를 병행키로 했다.
LG화학은 한번 충전하면 장거리를 갈 수 있는 고용량‧고출력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고품질 LCD 유리기판, 3D FPR(필름 패턴 편광안경 방식)등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통신부문의 시설투자와 R&D투자에도 총 3조1000억원이 투자된다.
국내 LTE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고품질의 LTE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TE시장에서 1위로 오르기 위한 다양한 투자계획을 잡고 있다"며 "두 개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기존 LTE 서비스보다 2배 빠른 속도를 제공하고 데이터 트래픽을 분산하는 등 차세대 LTE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R&D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차세대 데이터서비스인 LTE 어드밴스드 도입을 위한 기술에 투자하고 LTE를 기반으로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IPTV 등을 한데 묶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All-IP 네트워크 운영 기술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LG CNS나 LG상사, LG생명과학, LG생활건강등 계열사별로 투자처와 R&D역량을 모으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충북 오송에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의약품 생산기지 건설에 나서고 LG생활건강은 천안 미래성장기지 조성에 각각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LG CNS는 이달 말 완공되는 부산 데이터센터를 내년부터 본격 가동하고 해외 기업들의 IDC 입주에 따른 제반 시설투자, 컨테이너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추가 투자한다.
또한 모바일서비스와 스마트그린솔루션, 스마트교통, 스마트그리드, 리빙 에코 등 IT를 이종산업과 융합해 지능화하고 공간 제약을 없애는 클라우드 기술과 서비스 개발도 모색하고 있다.
LG상사는 석탄과 석유 등 자원개발에 투자를 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