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 신흥국들 모두 일본발 환율전쟁 주목해
미국과 유로존에 이어 일본까지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터져나오던 환율전쟁 이슈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서울 G20 회의 때 정점에 달했던 환율전쟁 이슈는 미국이 노골적인 달러 약세 정책에서 물러서면서 잦아들었지만, 일본 아베 정부는 구체적인 환율 수준을 목표로 제시할 정도로 자국 산업과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특단책을 추진하면서 신(新) 환율전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장 선진국 양적 완화정책에 대해 환율전쟁이라면서 불만을 표시하던 브라질과 중국 등 신흥국들도 일본에 대한 모방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대외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데다 대외 개방된 우리나라는 이러한 환율전쟁이 불거질 때 그로 인한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선이 위협받을 것이란 전망에다, 이 경우 경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환율전쟁은 결국 글로벌 경쟁의 피할 수 없는 조건이며, 우리 경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필요한 정부 대응책을 통해 이 파고를 넘어야 합니다.
창사 10주년을 맞는 글로벌 경제미디어 뉴스핌(<www.newspim.com>)은 현재의 경제난국의 타개책의 일환으로 기업-금융-국민-정부가 함께하는 ‘2013, 글로벌경쟁력을 키우자는 연중 대기획을 진행하며, 그 일환으로 글로벌 시각에서 △환율전쟁과 기업경쟁력 △유망 해외진출 시장 모색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뉴스핌=우동환 기자] 일본 '아베노믹스'를 계기로 전 세계 신 환율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면서, 선진국은 물론 주변국들을 포함해 각국의 대응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가지시 않은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형태로 동일한 자국 통화의 경쟁적 평가절하 움직임과 함께 국가별로 대내외 정책 대응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진국의 불가피한 정책 변화에 따른 기축통화의 움직임은 개별국 자본통제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 다시 한번 경쟁적 평가절하 억제를 위한 합의 도출 노력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 중국과 미국 반응 주목해야… 유럽도 '전쟁' 동참하나
그동안 미국과 환율조작국 문제로 대립했던 중국은 일단 미국과의 긴장 재발을 우려하면서 위안화 환율의 변동폭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주 런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중심환율은 6.2804위안으로 8주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위안화의 가치는 일시 달러에 대해 6.2223위안까지 상승하며 19년래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위안화의 강세 흐름은 중국의 새 지도부 출범에 따른 금융 개혁과 성장 기대감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반기 환율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위안화가 달러 및 주요 통화에 대해 더 절상되어야 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라는 점에서 달러의 가치 하락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양국간 교역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눈치다.
미국은 막대한 국채를 매수하는 주축 중 하나인 일본의 정책 변화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 연준이 계속 완화정책의 규모를 늘리게 될 경우 이에 영향을 받는 나라들은 유사한 정책을 구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일본에 이어 유로존 역시 경기 침체로 빠져들면서 유로화 약세 정책을 구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논리에서 보자면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가 "2013년은 국내 통화정책 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환율 수준 관리 행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환율전쟁'을 경고한 것은 의미가 있다.
문제는 환율전쟁이 미국과 일본의 재정 조달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가 중국에 육박하고 있다. 아베 정부의 엔화 약세 정책으로 인해 일본 국내 투자자들이 자국 국채나 미국 국채를 버리고 다른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곳으로 방향을 돌린다면 미국과 일본의 재정 조달 능력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 포문 연 일본판 환율전쟁, 신흥국 '카피캣' 유발하나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일본 아베 정부는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전략을 취했다.
아베 내각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의 완화정책으로 엔화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대해 그동안 보여줬던 단기적인 개입이 아닌 중앙은행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나선 것.
시장에서는 일본의 이런 환율 정책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쟁 기류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지는 일본 아베 내각의 완화 정책이 본격적인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하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 역시 비슷한 통화 절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민당은 총선을 통해 그동안 자국 제조업체들의 엔화에 대한 불만을 적극 해결하겠다는 공약은 선거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다른 국가들을 자극해 카피캣 움직임을 강화한 셈이다.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은 다른 국가들의 시장 개입을 주목하고 있는 미국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단독으로 개입했을 당시 미국은 일본 정부 측에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총합연구소의 유모토 겐지 부소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내각은 앞으로 공격적인 환율정책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러시아도 '환율전쟁 위기' 경고
러시아 관영 라디오인 보이스 오브 러시아는 올해는 환율 전쟁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로운 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이스 오브 러시아는 환율 전쟁에서 가장 취약한 경제 여건에 놓였던 국가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체는 미국 연준이 이번 환율 전쟁의 시발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양적완화를 통해 계속 돈을 찍어내는 이유는 기축통화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이스 오브 러시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인출권(SDR)과 같은 대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주요 20개국 회원국들은 이런 대안을 거부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매체는 주요 20개국이 이미 브레튼 우즈 체제가 자체로서 기능을 다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출처:AP/뉴시스> |
◆ 남미 정부 "비용 불구 개입 지속" 경고
브라질을 비롯해 남미 지역 국가들은 막대한 개입 비용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남미 재무장관들은 칠레에서 연린 정례 회동을 통해 선진국들의 완화정책이 남미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과 칠레, 콜롬비아, 페루 중앙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중순 연준의 QE2 개시 이후 이들 국가가 환율 방어를 위해 매입한 달러 자산만 13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매입한 달러는 채권 발행이나 과잉유동성 회수 등 시장 조작을 통해 상쇄했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톰슨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중순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남미 국가들이 외환보유 기회비용은 약 139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같은 기간 11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는데 이는 공격적인 완화 정책으로 7.25% 수준에 머물렀던 금리가 2011년 중순에 12.5%까지 상승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브라질은 이미 환율전쟁서 승기를 잡을 준비가 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1일 브라질 재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단기적으로 해외 자본 유입을 통제하는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통해 이른바 환율전쟁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은 금융거래세를 통해 해외 자본을 통제해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세계무역기구를 통해 교역 국가 간 환율 정책 조작으로 발생하는 악영향을 차단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USD/BRL 차트, 출처:블룸버그> |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