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석유 채권단 관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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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금호석유를 통해 사실상 계열분리를 한 박찬구 금호석유 회장이 숙원을 이뤘다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재무악화 속에 빠져있는 박삼구 금호아사이나그룹 회장은 속내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공동 경영을 하던 형제의 운명이 사실상 분기점을 맞은 셈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는 지난 13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채권단 자율협약 졸업 통보를 받아, 사실상 정상화의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2010년 498%에 달하던 금호석유의 부채비율은 11월 말 기준 189%까지 떨어졌고 2010년, 2011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정상화를 앞당겼다.
이에 반해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은 결코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호산업은 연결기준 부채가 1조9000억원에 달하고 사업장 손실 등으로 올해 말 자본잠식률이 109%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상태라면 관리 종목 지정 혹은 상장폐지까지도 걱정해야 된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감자를 추진해 자본잠식 비율을 50% 미만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감자만으로 재무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호석유와 금호산업의 운명이 이처럼 엇갈린 것은 지난 2009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대우건설 인수 후 그룹 위기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 각종 폭로에 고소, 고발까지 오갔고 결국은 두 형제가 모두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런 갈등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의 계열분리를 불러왔다. 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는 기업집단에 묶여있으면서도 각각 독립경영체제를 가지고 운영되는 두 개의 소그룹으로 분리된 것이다.
따라서 대우건설 인수 등에 따른 유동성 악화의 직격타를 맞고 워크아웃에 돌입한 금호산업·금호타이어와 달리 채권단 자율협약에 착수한 뒤 계열분리가 된 금호석유의 상황은 훨씬 양호했다는 평가다.
별도의 계열사 지원이나 채무 보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삼구 회장이 어려운 회사 사정으로 인해 박찬구 회장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소탈한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동생에게 지원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박찬구 회장이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로 기소된 것을 두고 박삼구 회장을 원망하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외에도 금호석유화학은 계열분리 신청을 기각한 공정위를 대상으로 행정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다가 패소한 상태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의 목적이 계열분리보다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중분해에 있다고 보기도 했다.
어쨌거나 두 형제의 엇갈린 행보는 당분간 교차점을 만들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이 2010년에 호황을 맞았던 반면 건설 경기는 2008년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며 “두 형제의 분리 경영의 득과 실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