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주택이지만 소비자들은 외면..강남 등지에서만 효과
[뉴스핌=이동훈 기자] 한때 '반값 아파트'로 불리던 토지임대부 주택이 정작 서민의 대체 주거수단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토지가 자신의 것이 아니어서 재산권 행사에 제약되고 매달 토지 임대료도 납부해야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임대로 쓰고 건물만 자기 소유가 되는 주택을 말한다.
11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이달 중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 A4블록에서 공급되는 토지임대부 주택 402가구의 청약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LH가 공급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 서민들의 평가가 엇갈려서다.
LH가 공급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번 강남보금자리 주택이 세번째다. 앞서 LH의 전신 대한주택공사는 2007년 10월 경기도 군포시 부곡지구 B-2블록에 전용면적 74㎡, 84㎡짜리 주택 389가구를 분양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서초지구 A5블록에서 59, 84㎡ 358가구를 공급했다.
두 곳의 청약결과는 서로 달랐다. 부곡지구는 공급물량의 7%만 청약됐다. 이는 같은 날 청약을 받은 인근 환매조건부 주택의 청약률(15% 내외)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이었다.
반면 서초지구에선 청약열기가 뜨거웠다. 이곳의 84A는 최고 113대 1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84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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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편차가 큰 것은 입지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토지임대부 주택 시스템이 주택 소유의식이 강한 국민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서초보금자리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주택 청약자들이 당장은 청약 당첨을 기뻐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며 "사실상 반전세 상태로 40년을 가야하는 불안한 위상 때문에 토지임대부는 집값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초지구 토지임대부 주택은 같은 날 청약접수를 받은 10년 공공임대와 분납임대의 1순위 청약률(1482%)에 크게 못미치는 청약률을 보였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싱가폴에서 차용했다. 국토의 90%인 싱가폴은 토지를 임대로 하고 주택을 지어 국민들에게 공급해 인기를 끌었다.
반면 국내 토지임대부 주택은 분양가를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때문에 집값이 싼 지역에선 토지임대부 주택은 찬밥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동산1번지 채훈식 실장은 "과거 60~70년대와 같은 '못살고 집도 부족했던 시대'라면 모를까 현재 상황에는 많지 않다"라며 "싱가폴식의 토지임대부 주택은 60~70년대 지어진 삼일아파트 등 시민아파트에나 적합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가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가격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서초지구 토지임대부 주택 전용 59㎡의 분양가는 1억4480만원이며 월 토지임대료는 31만9000원이다. 또 84㎡는 건물 분양가는 2억460만원이며 월 토지임대료는 45만2000원이다. 임대료는 향후 40년간 납부해야 해 부담이 적지 않다. 물론 임대료는 상한선(2년마다 5% 이내)이 있지만 계속 오를 수 있다.
여기에 토지임대부 주택은 '40년 후 입주자의 75%가 원하면 재건축을 하거나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규정이 없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른다.
때문에 토지임대부 주택은 강남처럼 땅값이 비싼 지역에서나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 뿐이다.
때문에 LH는 군포부곡지구 토지임대부 주택은 공공분양 주택으로 바꿔 재분양했다.
부동산1번지 채훈식 실장은 "강남지구에서 공급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높은 인기를 끌 것"이라면서도 "서초지구의 경우도 토지임대부 주택의 인기는 공공임대나 분납형 임대보다 낮았던 점을 감안할 때 토지임대부 주택이 제대로 시장에 정착할런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