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安과의 단일화 과정에 대한 성찰이 작용한 듯
[뉴스핌=노희준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7일 대선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약속했다. 결선투표제는 선거 결과 선두를 차지한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할 경우 1위, 2위간 한번 더 투표를 벌여 승부를 가르는 것이다. 문 후보가 '결선투표제' 도입을 밝힌 것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처음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서울집중유세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사진:최진석 기자 |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서울 첫 유세에서 정치 혁신 방안을 내놓고 실천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결선에 나갈 후보를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결선투표제가 대선에 도입되면 역대 대선마다 반복돼 왔던 제3후보와 야권 후보간의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 과정이 사실상 사라진다. 투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단일 후보가 국민의 선택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다수 투표자를 만들어 당선되는 후보의 정당성이 올라가는 데다 사실상의 인위적 후보 사퇴나 양보 등이 사라지면서 다양화된 사회의 목소리를 선거에서도 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계 시민사회, 진보정당 등에서도 결선투표제 도입을 촉구해왔다.
다만, 선거를 두 번 치르는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있고 일각에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 논란이 될 수도 있다.
문 후보의 '결선투표제 도입'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후보의 판단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후보측 또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새정치위원회의에서 일정하게 논의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철수 전 후보와의 '새정치공동선언' 실무 협상팀에서는 문 후보측이나 안 전 후보측이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 한번도 논의한 바가 없다.
문 후보가 '결선투표제 도입'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데는 안 전 후보와의 지루하고 지난한 후보 단일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감정 싸움, 공방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 대변인은 "아무래도 이번 후보 단일화 과정에 대한 성찰이 제일 크게 작동하지 않았을가 생각한다"며 "87년 이후 야권은 끝임 없이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다 실패하고 성공했다. 현대 정치사에 대한 성찰 속에서 후보가 전격 제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측 또다른 관계자는 "결선투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이번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낀 것 같다"며 "공약할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문 후보의 결선투표제 도입에 즉각 환영했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1차 투표에서는 각 정당이 자신의 독자적인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고 결선투표에서는 정책들이 선거연합과 정책연합을 통해 조율될 수 있어 정치세력의 연합정치, 협치가 제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차 투표에선 자신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투표하고 2차 투표에선 당선가능성을 고려해 투표하게 돼 유권자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현 19대 국회에는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