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충만하지만 회장부재로 추동력 다소 약화
[뉴스핌=이강혁 기자] 한화그룹이 창립 60주년을 눈앞에 뒀다. 오는 9일이면 그룹의 환갑잔치 날이다. 뜻깊은 기념일이지만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차갑고 무겁다. 김승연 회장의 구속 여파 때문이다. 연초부터 준비해왔던 각종 기념행사는 모두 취소된 상태다.
신성장을 위한 도약 의지는 60주년을 기점으로 향후 더욱 다지겠지만 김승연 회장의 경영현장 공백으로 일각에서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위기의식이 오히려 결속력을 높이고 있고 연륜에 걸맞는 경쟁력이 확보되어 있는만큼 자신감이 충만하지만 김 회장의 부재는 그룹의 추동력을 다소 약화시킬수 밖에 없다는 게 그룹내부의 전언이다.
2일 재계와 한화그룹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그룹 경영을 빠짐없이 챙겨왔다. 해외로 직접 발품을 팔기도 여러번이다.
그 결과 올해 9조원이 넘는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손에 거머줬고, 1순위 과제인 태양광 사업의 그림도 보다 구체화할 수 있었다.
그룹 차원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연초부터 창립 60주년 행사만큼은 성대한 잔치로 준비해 왔다. 더구나 지난해 김 회장의 '회장 취임 30주년'에도 별다른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만큼 그룹의 환갑잔치만은 제대로 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기념행사를 위해 TF(태스크포스)팀까지 만들어 운영했지만 결국 김 회장이 구속되면서 준비된 행사는 모두 취소된 상태다. 오는 6일로 예정된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매년 진행하던 행사이고, 그룹 만의 행사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그대로 진행된다. 이외의 별도 창립행사는 하지 않는다.
총수의 부재만으로 그룹 창립행사까지 취소해야 되느냐는 외부의 시선도 있지만 사실 김 회장의 존재감은 그룹 경영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단순히 지분을 가지고 지배력을 행사하는 차원의 회장이라기 보다는 그룹의 30년을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각인돼 있다.
단적으로 그가 1981년 그룹 총수에 오를 때 한화그룹의 매출은 1조원 남짓에 불과했다.
회장 취임 31주년을 맞은 현재 1조원의 매출은 35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부친 고(故) 김종희 회장이 갑자기 타계하면서 29세의 나이로 총수에 올라 '세상물정 모르는 청년이 사업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 속에서도 젊은 패기와 뚝심있는 경영철학으로 만들어낸 성공신화다.
총수에 오른지 2년만인 1983년의 한양화학(한화케미칼) 인수는 사실상 그가 그룹 성장의 근간을 다진 주목할만한 사례다.
김 회장은 당시 한양화학의 인수를 위해 다우케미컬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진전이 없자, 가로 30cm, 세로 2m의 한지에 먹 글씨로 "본인은 명예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명예를 욕되게 하면서까지 사업을 할 생각은 없다"라고 쓴 두루마리 편지를 보냈다.
김 회장은 이를 통해 다우케미컬과의 협상에 주도권을 쥐었고, 결과적으로 젊은 패기와 뚝심있는 경영철학이 유리한 조건으로 한양화학을 인수하게 되는 결실을 맺었다. 그는 이런 적극적인 경영행보로 선친의 사업을 크게 늘리면서 선친의 별칭인 '다이너마이트 김'을 이어 '다이너마이트 김 주니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80억불 규모 해외 신도시 건설 1호로 기록되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계약체결을 진두지휘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 참여를 위해 누리카밀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면담하는 모습. |
한화그룹이 신성장동력원으로 태양광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태양광 분야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이지만 한화그룹 만큼은 이 사업을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세계 3위의 태양광 회사로 도약한 상태다.
중심에는 김 회장이 있었다. 독일 보쉬와 트리나솔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물리치고 세계적 태양광 전문회사인 독일의 큐셀 인수에 성공한 것도 김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29일 큐셀사와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큐셀의 독일 본사 및 생산공장, 말레이시아의 생산공장, 미국·호주·일본의 영업법인 등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존 한화솔라원의 1.3GW 셀 생산규모에 큐셀의 1GW 생산설비를 더해 연간 2.3GW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3위의 셀 생산회사로 도약하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의 부재 속에서 60주년을 차분하게 보내는 한화그룹이지만 백년대계의 신성장을 위한 글로벌화 노력에는 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김 회장의 부재는 그룹 경영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태양광을 포함한 각 분야의 해외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화 그룹은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 김승연 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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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