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직원들도 뉴스를 보고서야 구조조정에 대해 알았습니다.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지한 인원감축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쌍용건설 노조 관계자
쌍용건설이 연말까지 대규모 인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자 쌍용건설 노조 뿐 아니라 건설업계는 '화들짝' 놀랐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인 건설사가 아님에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아서다. 직원이 자산인 건설업 특성상 인력감축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쌍용건설 직원들의 우려는 크다.
이번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쌍용건설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핵심역량인 인력 이탈로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돼 회사 회생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건설업계는 불안한 시선으로 쌍용건설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바라보고 있다.
◆밀어 붙이기식 구조조정 논란
지난 18일 쌍용건설 임원 32명 중 절반인 16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회사는 임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연말까지 직원의 30%를 감축해 연간 1000억원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쌍용건설의 이번 구조조정안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아닌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 건설업계는 깜짝 놀랐다.
관심은 이번 구조조정안이 자발적인가하는 점. 쌍용건설 노조측은 구조조정안에 대해 회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쌍용건설 김성한 노조위원장은 “사전에 미리 언질을 주기로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자구안을 발표했다”며 “임원들이 50% 나갔으니 직원들도 30% 나가야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쌍용건설 본사 1층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시작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채권단 측은 쌍용건설에 구조조정을 압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캠코 관계자는 “쌍용건설 스스로가 매각추진 과정에서 자구노력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직원 30% 감축 등 구조조정과 관련해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에 1300억원의 담보대출 관련 실사중인 채권단 역시 구조조정안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쌍용건설 측에서 요청한 1300억원에 대해 실사를 진행 중으로 아직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구조조정안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채권단 관계자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주주인 캠코 측에서 일정부분 구조조정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캠코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타산지석, 쌍용의 경쟁력은?
문제는 대규모 인력감축에도 회사의 경쟁력이 나아질 것인가하는 점이다. 건설업은 인력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인력의 유출은 회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부문에서 급성장한 것은 우수한 인재를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4680명이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임직원은 올해 8500여명까지 늘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시 플래트 업계에선 '블랙홀'이라고 불렸다.
인력에 대한 투자 만큼 매출액도 수직 상승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은 지난 2009년 4조원에서 지난해 9조 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수주목표(11조5000억원)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월드건설은 경영난으로 인한 인력감축으로 회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드는 지난 2009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인력의 50%를 감축했다. 이후 사이판 월드리조트를 매각하는 등 군살빼기에 들어갔으나 결국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A건설사 관계자는 “인원이 전부 나가다보니 한 사람이 기획, 인사 등 많은 부분을 담당해야한다”며 “업무량이 너무 많다보니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 노조는 이같은 전례를 들어 현 인원에서 30% 더 줄이면 현장마저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쌍용건설의 인력은 과거 잘나가던 때에 비하면 이미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지난 6월 공시한 쌍용건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수는 총 1326명이다. 지난 1997년 발생한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이전 2400여명이던 인원이 이미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건설업체 인수시 제일 큰 위험요소로 꼽히는 점이 인력이탈일 정도로 건설사는 핵심기술과 엔지니어가 중요자산이다”며 "쌍용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얼마나 조직을 슬림화하느냐가 회생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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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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