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용·김기덕 감독 인생역전 등 경제민주화 이슈 맞물려
[뉴스핌=함지현 기자] 베니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정치권에서도 핫이슈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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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황폐함과 그 안에서 인간 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 이 영화의 내용이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통해 양극화된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는 최근의 정치권 화두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조에서 밑바닥부터 어려움을 딛고 성공을 이뤄낸 김 감독에 대한 동경의 뜻도 내포돼 있다.
민주통합당 김두관 대선 예비후보는 13일 캠프 관계자 50여 명과 함께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 '피에타'를 관람했다.
김 후보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피에타를 방금 봤습니다. 우리 사회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을 점령한 김기덕 감독님! 돈이 망가트린 서민의 무거운 삶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생각하게 해 주시네요. 정치가 신자유주의를 버려야 할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김 후보의 한 측근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극단적인 자본주의 때문에 신음하는 삶이 적나라하게 표현됐고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가 영화에 많이 나온다"며 "김 후보가 지금까지 얘기해 왔던 것들과 일맥상통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캠프의 다른 관계자는 밑바닥부터 어려움을 딛고 올라와 정상의 자리까지 오른 김 감독의 인생이 이장 출신인 김 후보와 많이 닮아 있어 동질감을 느낀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인생 역전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야를 불문한다.
민주당 김한길 최고위원은 수상 이후인 지난 10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큰 경사다. 축하한다"며 "우리 영화계의 비주류로 살던 김 감독이 국제 영화제에서 각광받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번쯤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도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보내던 불편한 시선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꾸준히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오신 김 감독님의 노고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우리 영화계의 발전에 중요한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 중 문재인 후보는 김 감독 덕에 때아닌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김 감독이 지난 10일 감사 편지를 통해 "개인적으로 문재인의 국민이 되어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쁜 해외 순방 중이심에도 대통령께서 진심 어린 축전을 보내주셨고, 새누리당도 영화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메시지를 발표하셨다. 노회찬 의원님,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위원장님, 이외수 선생님, 진중권님, 이현승 감독님, 문재인님 그리고 아직 파악하지 못한 분들까지 모두 축하해 주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선 9일 문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 감독의 영화 '피에타'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축하드린다"며 "자신의 세계를 올곧게 지켜낸 장인정신이 인정받은 듯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영화를 시작해, 아웃사이더에서 이젠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올랐기에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었다.
다만 김 감독은 문 후보의 캠프 참여에 대해서는 "내가 훌륭한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분(문재인)에게 피해를 줄 것 같다"며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서는 '문재인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김 감독의 발언만으로도 선거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후보측 대변인을 맡은 진선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기덕 감독님이 베니스에서 울문재인후보의 축하메세지에 대한 답을 보내셨네요, 감동입니다!!!", "대선 백일을 앞두고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지는..김기덕 감독님 차범근감독님등..게다가 지지율 급상승 하더니 드디어 jtbc가 의뢰한 리얼미터 조사결과상 처음으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교수를 넘어선 지지율을 얻었다는....더 열심히 뛰어야 할듯!!!!!" 등의 소감을 남겼다.
좀 다른 의미로 이 영화를 활용한 의원도 있다. 비박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피에타를 언급하며 박근혜 후보를 겨냥했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신 시대였으면 피에타 같은 영화는 상영금지에다가 다 잡혀갔다"며 "박 후보가 영화 '피에타'를 보면서 유신에 대한 생각을 고치고 세상을 깊이 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가 유신의 주체이지 않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피에타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만 있는 건 아니다. 정치권을 향한 피에타측의 조언도 화제가 됐다.
영화의 남자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이정진씨는 지난달 29일 '피에타' 기자회견에서 "'피에타'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는데 수상 공약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요즘 그런 게 너무 많다. 공약은 나랏일 하는 분들이 말씀하시고 잘 지키셨으면 좋겠다"는 화답으로 정치권을 풍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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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