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박민선 특파원] 지난 24일 미국 법원의 특허 손안 소송 배심원 평결 결과에 대해 애플측은 "'도둑질(stealing)'은 올바르지 않다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자평했다.
이번 법원의 평결과 관련해 각종 분석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삼성이 애플로부터 '도둑질'한 기업이라는 오명(汚名) 공세를 뒤짚어 쓰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번 평결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삼성은 '카피캣'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것은 '표절'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미국시장에서 삼성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표절'을 하나의 범법행위로 간주하는 미국의 문화를 감안했을 때, 애플이 앞으로도 이러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삼성 맹공의 '포인트'로 삼을 소지는 크다.
이번 재판의 중요성도 삼성전자가 배상하는 피해액의 규모가 아니라 '표절'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큰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휴대폰이 '표절품'이라는 인식이 주는 효과란 얘기다.
당장 지난 주말 NBC 등 주요 미국 언론들은 TV 방송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해 소개하며 직접 '아이폰'과 '갤럭시' 제품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삼성의 '모방'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남모를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음을 자명하다.
하지만 이번 재판을 통해 최대 공략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의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까지 '표절' 기업이라는 낙인이 공식화된 상황에서, 삼성이 이를 통한 부작용을 씻으려면 과연 앞으로 얼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반면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경쟁사조차 '도둑질'하고 싶을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 개발 능력을 소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이득을 얻어냈으니, 삼성으로서는 완전한 패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승기(勝氣)를 잡은 애플은 27일(미국 현지시각) 특허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삼성의 8개 제품에 대해 임시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 갤럭시S3와 차세대 제품에 대해서도 배상금과 판매금지 조치를 위한 추가 소송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세계를 무대로 한 소송에서 애플과 맞섰을 때는 삼성 역시 치밀한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는 수십년간 애써 쌓아올린 기업 이미지의 실추라는 위험을 감수하고 얻기를 기대한 것이 무엇이었을지 새삼 궁금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의 결과가 삼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으로 위안을 받고 안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상대가 이번 소송 결과를 십분활용하며 전 세계에 삼성을 '카피캣'으로 낙인찍는 동안 '자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 결과'라는 하소연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찾고 냉엄한 현실을 직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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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