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기고
▲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
새누리당 법안은 5.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에서 내세웠던 재벌개혁 공약을 그대로 닮은꼴이다. 소위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재벌규제에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순환출자는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었다. 더 나아가 규제를 통해 얻을 사회적 편익은 거의 없고 경제심리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은 크다는 점에서 순환출자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순환출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요 논거는 이러하다.
재벌총수가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소유-지배의 괴리에 따른 사익편취 위험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력집중 심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순환출자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우선, 순환출자에 기반한 기업집단은 세계 도처에 산재한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일본의 Toyota, 프랑스의 명품 그룹 LVMH, 피아트를 생산하는 이탈리아의 Agnelli 그룹, 캐나다의 Hees-Edper 그룹 , 인도의 Tata 그룹 등 각국의 글로벌 기업에서도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다반사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규제하는 나라는 없고, 규제하겠다는 나라도 우리가 유일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규제로 우리 기업을 자승자박한다면 누가 득을 보겠는가.
순환출자 때문에 소유-지배 괴리도가 높아진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순환출자가 불가능한 지주회사 그룹의 소유-지배 괴리도와 순환출자가 존재하는 일반 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괴리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없다.
더 나아가 소유-지배 괴리도가 높으면 지배주주에 의한 사익편취로 회사가치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만약, 순환출자를 규제한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그룹은 현대·기아차 그룹, 현대중공업, 삼성 그룹이다.
이들은 경쟁력과 경영성과 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이며,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그룹이다. 순환출자에 기반한 소유지배구조가 문제라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끝으로 만약 순환출자 규제안이 채택된다면 해당 그룹들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쓸 수 있는 자원을 지배구조 정리하는데 써야 한다.
게다가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고 해서 소유-지배 괴리도가 크게 개선될 일도 없으니 정치권은 차후에 또 다른 규제를 들고 나올 것이다.
이에 기업가도 정치권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여 여유자금이 있어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사내유보를 늘리려 할 것이다.
이렇게 경제심리와 투자를 위축시켜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줄이는 규제 법안이 과연 경제민주화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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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