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골프를 하면서 그것을 느끼지 못한 골퍼는 없을 것이다. 골프는 끝없이 양심과 싸움을 건다. 그래서 플레이라는 즐거움보다 굴욕과 수치를 견뎌내는 고통이 더 크다.
골프와 관련된 격언을 보면 재미있다. 골프는 정직한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든다(golf makes liars out of honest man). 이타주의자를 사기꾼으로(cheaters out of altruists), 강자를 비겁한 자로(Cowards out of brave man), 그리고 모두를 바보로(Fool out of everybody)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맞는 말이다. 골프는 꼭 수많은 대중 앞에서 옷을 모두 벗고 춤추는 것 같은 ‘수치심과의 타협’ 같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을 못하는 골퍼도 있다. 골프규칙 위반을 밥 먹듯 하면서도 당연한 것으로 아는 골퍼들이다.
골프를 하면서 끊임없이 양심과 내적 충돌을 하게 된다. 볼을 한번 슬쩍 옮겨 놓고 칠까 말까 등등...
하지만 대부분의 골퍼들은 갈등의 연속인 골프와 연을 끊지 못한다. 하면 할수록 골프는 삶의 일부가 아닌 삶의 전부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수치와 절망, 자학 등으로 뒤범벅되는 골프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내일은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골프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골프가 너무 어려운 운동이기 때문이 아닐까. 골프는 정말 어렵다. 볼을 잘 때리는 것 자체도 어렵다. 그런데 잘 잘못을 가려줄 심판이 없는 대신 매너와 에티켓이 있다. 심판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게 골퍼를 힘들게 한다. 바로 이것이 끝없이 양심을 때린다. 결국 벌거숭이로 만들고 만다.
골프가 오직 공격밖에 없다는 점도 골퍼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만 요구하기 때문에 골퍼에게 플레이를 냉정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결국 판단력의 부재가 골프를 어렵게 하고 실수를 끝없이 이어지게 만든다.
이런 어려운 싸움이 언제나 골퍼 자신이다 보니 결과는 좋을 수 없다. 평균 80% 이상은 비참한 결과를 얻는다. 아마추어골퍼들이 라운드 중 단 한 두 개의 ‘오잘공’(그날 가장 잘 맞은 공)으로 위안을 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골프는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구석이 있다. 흔히 골프를 인생에 비유한다. 라운드 중 규칙을 속인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속인다는 진리를 가르쳐 준다. 단 한 번의 라운드로 동반자의 품성과 인성을 알게 하는 적나라함을 갖고 있는 게 골프다. 세상에서 골프보다 더 사람의 인성과 품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만드는 운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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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