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높이고...‘마이너의 반란’
[뉴스핌=김기락 기자] 볼보 S60 D3는 지난 7월 한달 동안 단 한 대도 안 팔린 수입차다. 이 차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주력 엔진으로 자리잡은 2.0ℓ급 디젤 엔진을 장착해 지난 3월 선보였다.
출시 후 3월 18대, 4월 20대, 5월 47대까지 판매량이 올라갔지만 6월엔 5대에 머물렀다. 급기야 7월엔 ‘0’이다. 이에 대해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들여온 S60 초기 물량이 소진돼 재고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대답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낮 기온이 38도를 가리키는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여수까지 시승을 통해 점쳐봤다.
볼보처럼 여성적이면서 안전한 자동차 브랜드는 흔치 않다. 볼보 고향인 스웨덴은 여권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여성 장관이 수두룩하고 사회 곳곳에 여성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되는 곳이 스웨덴이다.
단적으로 지난 5월에 방한한 안니 뢰프 스웨덴 기업부 장관은 19세에 정계 입문, 29세 최연소 여성 장관이 됐다. 스웨덴 내각에 장관 24명 중 여성이 13명이다.
볼보는 개발 단계부터 비교적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의 손길을 자동차 제조에 적극 반영한다는 얘기다.
트렁크에 짐을 싣기 위해서 트렁크를 열자 리어램프에 자동으로 불이 들어왔다. 추돌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볼보의 지독한 안전 개념은 운전을 시작한지 10초만 지나도 알 수 있다. 안전띠를 매지 않자 경고음을 발생하고 이 소리는 점점 커져 안전띠를 매도록 만든다.
또 가죽시트를 비롯해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천정 등의 소재가 대중적인 수입차에서는 보기 어려운 고급 소재다. 각 부품의 플라스틱 마감 상태 역시 여성의 부드러운 손을 배려하려는 듯 거친 구석이 없다.
경부고속도로에 진입 후 가속페달을 밟으니 곧 시속 100km를 가리킨다. 이때는 실내 정숙성이 높아 가솔린 엔진인지, 디젤 엔진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2.0ℓ급 디젤 엔진은 성인 2명과 유아 2명 그리고 100kg에 가까운 짐을 실어도 거침없이 치고 나간다. 언덕을 만나도 마치 평지처럼 느껴진다. 가속 페달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시속 X60km는 순식간이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63마력/3500rpm, 최대토크 40.8kg·m/1500~2750rpm을 낸다. 특히 1500rpm의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제 힘을 내는 덕에 가속 페달을 많이 밟지 않아도 된다.
옆 차선에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사이드미러에 경고등이 켜진다. 이를 통해 후측방에서 추월하려는 차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아차 K9에도 적용된 안전장치지만 볼보가 원조다.
시승 이튿날 총 850km 주행 후 연료 경고등이 들어왔다. 실제 평균 연비는 16.5km/ℓ로 공인 연비(16km/ℓ)와 거의 일치했다. 다만 BMW 320d 등 2.0ℓ급 디젤 모델 공인 연비가 20km/ℓ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S60이 열세다.
이외에도 시속 30km 미만에서 추돌 위험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시티 세이프티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핸즈프리 등을 갖췄다.
S60은 2.5ℓ급 엔진을 2.0ℓ급으로 바꾸면서 판매 가격이 약 500만원 내려갔다. 판매 가격은 4480만원으로 가격 대비 안전 및 편의사양이 우수한 편이다.
수입차 업계에서 볼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1.36%(7월 기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차가 없어서 못 팔았다는 말이 쉽게 믿어지지 않은 것이다. 볼보코리아는 지난달 총 182대를 판매했다. 올들어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볼보와 같은 ‘마이너’ 브랜드도 시나브로 도약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 시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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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