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돈 맡기시려면 보관료를 내세요.”
중세시대에나 나옴직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은행에 가서 돈을 맡기려면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 일종의 보관료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것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얼른 납득이 되지 않지만 이미 현실이다. 치안이 문제인 후진국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단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입찰을 통해 총 60억유로 규모 3개월과 6개월 만기 국채를 각각 연 -0.05%와 연 -0.06% 금리에 매각했다. 프랑스가 단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정부도 6개월 만기 국채 33억유로어치를 사상 최저인 연 -0.03% 금리에 발행했다.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것도 글로벌 선진국에서다. 먼 나라 얘기로만 듣는다면 오산이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잃어버린 20년의 한 가운데인 2003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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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디플레이션)’의 공포? 자산가는 오히려 ‘물가채’를 산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2%를 기록했다. 넉 달째 2%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면 물가연동국채의 수익률도 하락한다. 하지만 압구정동과 서초동 등지의 PB센터에는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물가가 하락하면 수익률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왜 자산가들은 물가채를 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물가가 상승하는 호황 땐 굳이 안전자산인 물가채를 살 필요가 없다. 고수익 위험자산인 주식이나 부동산이 정답이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장기간 예상된다면 물가채를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이재철 하나은행 법조골드클럽 PB팀장은 “처음에는 세제혜택 때문에 물가채가 인기였지만 지금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물가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낮은 물가채를 가지고 있다가 인플레이션이 와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가 상승에 맞게 수익률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자산가들은 고수익 시대를 준비하며 안전자산인 물가채에 자금을 묶어둔다.
물가채를 통한 재테크 기회는 올해가 최적이다. 현재 물가채는 이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돼 원금 상승분에 대해서는 면세 혜택을 볼 수 있다. 물가채는 전부 10년 만기물이므로 분리과세 신청도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이면 이런 혜택들이 모두 사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점진적으로 물가연동국고채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단 소급적용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는 점에서 올해가 물가채 투자의 최적기임을 확인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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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채 30년물로 노후 대비? "어렵지 않아요"
‘입사와 함께 노후 준비’가 시대적 트렌드인 시대,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각종 보험상품과 펀드를 기웃거린다. 지인의 요청에 떠밀려 또는 혹시나 하는 대박의 꿈을 갖고서다. 하지만 입사 5년차에 접어들면 후회가 더 크다.
멋모르고 가입한 펀드는 반 쪽 난지 오래다. 신경 쓰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며 기억에서 지우려 하지만 속쓰림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저축형 보험상품은 급전이 필요할 때 해지하려 하면 상당한 원금을 차감당할 뿐만 아니라 돈을 돌려받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직장 5년차 전세금 마련을 위해 목돈을 필요할 때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올 9월 처음 출시되는 국채 30년물을 노려볼만 하다. 수익률은 크지 않지만 안정적이고 또한 현금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국고채 시장에서 제값에 팔 수 있다. 게다가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경우 이자소득세 감면 등 혜택이 있어 장기불황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30년물의 인기가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보험사나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들이 대거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이 현재 3% 초중반임을 고려할 때 30년물의 수익률은 3.5~3.8% 정도가 될 것이라고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국민연금 초창기 많은 민간보험사들이 국민연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공통된 인식은 국민연금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는 강남, 서초를 중심으로 최근 증가해 왔다. 저성장 시대엔 국가와 가깝게 지낼 필요가 있다.
◆ 장기불황 채권투자, 귀차니즘 대신 인내와 부지런함으로
서울 마포구에 사는 J씨(62)는 43년 전 서울로 올라온 후 11번이나 이사를 다녔다. 그 중 전세를 제외하고 주택을 직접 매매한 경우만 총 6번이다. 그는 그 때마다 국민주택채권을 구매했지만 단 한 번도 채권을 본 적이 없다. 족족 법무사에게 그 자리에서 넘겼기 때문이다. 약간 손해를 본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디 가서 팔아야 하는지 알지도 못했고, 바쁜 시간을 쪼개 다리품을 파는것이 귀찮기도 해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채권이나 주택채권을 쉽게 양도한다. 절차가 번거로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이용해 짭짤한 재미를 본다.
법무사들이 주택 구입자들의 국민주택채권을 사들이면서 지나치게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이익을 보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고, 지난 6월엔 증권사 20여개가 국민주택채권 거래 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간 야금야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보’와 ‘발빠름’이 찬양받던 고성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인내’와 ‘부지런함’이 저성장시대 채권투자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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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