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권 대출에 대한 담보물 요건을 완화했다.
상업은행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 부채위기로 인해 위축된 기업과 가계 여신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실물경기 회복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최대 620억유로의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는 것으로 드러난 스페인 은행권이 이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독일 분데스방크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ECB는 은행권 대출에 대한 담보물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담보물로 제시할 수 있는 증권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모기지담보부증권(MBS)과 자산담보부증권(ABS)에 대한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적극 등급을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출 담보물로 제시할 수 있는 기존의 자산담보부증권 이외에 특정 형태의 모기지담보부증권과 오토론, 소위 ‘헤어컷’이라고 불리는 할인된 소비자 금융 자산담보부증권 및 리스 채권도 담보물 범위에 포함된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등급 기준 BBB- 등급 이상인 중소기업 대출 채권 또는 주거용 MBS가 담보물로 인정된다. 또 리스크 프리미엄 26%인 채권 역시 담보물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요건 완화 이전에는 A- 등급이 담보물 신용등급의 하한선이었다.
ECB는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고, 법안 절차를 거쳐 본격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8일 전후로 담보물 요건 완화가 실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담보물 요건 완화는 특히 부실 여신으로 경영난에 빠진 스페인 은행권에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페인 은행권의 부실 여신 규모는 지난 4월 말 기준 1500억유로(1880억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스페인 정부의 의뢰로 이뤄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스페인 은행권은 최악의 경기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620억유로의 자본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지난 2006년 고점을 찍은 후 하강 기류를 타는 부동산 시장은 거품이 무너져 내리면서 앞으로 하락 추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 부실 역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담보물 요건 완화와 함께 ECB가 조만간 3차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LTRO)을 실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이번 ECB의 결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반기를 들었다.
분데스방크는 이날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ECB의 담보물 요건 완화에 반대 입장”이라며 “우리가 수용해야 할 사안에 대해 수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프리스의 데이비드 오웬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금융시장과 은행권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며 “은행권 담보물의 적격성이 떨어지는 실정인 데다 부채위기가 점차 악화되고 있어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