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홍수에도 가계·기업 대출 소극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빈부격차가 아닌 신용격차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수백만에 이르는 이들이 신용건전성에 타격을 입었고, 값싼 유동성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했는지 여부에 따라 부의 증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얘기다.
19일(현지시간) 무디스 애널리틱스와 에퀴팍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금융권의 총 모기지 대출 가운데 약 90%가 신용 평점이 우수한 가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전 절반 수준이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커다란 변화가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의 영향력이 위축되고 있으며, 연준 내부에서도 고용을 포함한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완화정책을 남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불거진 점이다.
특히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부양책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신용 격차 문제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 모습이다.
연준은 연방기금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면서 가계 지출을 포함한 실물경기 부양에 나섰으나 실제 결과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은행권은 유동성 홍수 속에서도 가계 및 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고, 신용건전성이 높은 이들과 낮은 이들의 이자율 격차는 점차 크게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1년간 신용평점이 750점 이상인 가계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4.44%에서 3.53%로 낮아졌고, 650점 이하인 가계의 경우 4.82%에서 4.04%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
연준 내부에서 이른바 신용 격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의 데니스 록하트 총재는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실시했다가는 신용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