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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대공황 오나] ①국제 금융위기, '부동산 공황' 우려

기사입력 : 2012년06월08일 14:21

최종수정 : 2012년06월08일 14:21

오는 17일 ‘그렉시트(Grexit)’ 여부를 판가름할 총선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와 은행권 부실로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제기되는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가 심상찮다.

보수적 시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수장마저 최근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작금의 경제 상황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악화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각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관점에서 최악의 사태를 준비하자는 의미로, 유로존 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당국과 각계의 대응방안 등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특히 앞서 두 차례의 대형 금융위기를 통해 취약점이 발견된 국내 부동산시장의 위기 대응 반응은 어떤 분야보다 중차대하다. 뉴스핌 사회부동산팀은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촉발될 대규모 금융위기의 부동산 시장 파급력과 시장과 건설업계의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뉴스핌=이동훈 기자] 대공황급 국제 금융위기 도래설이 파다한 가운데 전형적인 내수시장인 국내 부동산시장도 긴장감이 가득하다.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은 실수요를 매개로 하는 실물시장이지만 결국 부동산을 끌어올리는 도구가 재테크성 투자자본임을 감안할 때 국제 금융위기는 부동산 시장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금융위기에 대한 국내 부동산 시장의 면역력 변화는 시장의 위상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경제성장이 서서히 정체돼가고 있는 가운데 주택보급률 100%시대가 다가오면서 주택시장의 수요탄력성이 크게 감퇴됐기 때문이다.

◆ IMF 부동산시장 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절반
 
글로벌 금융위기 중 우리나라가 실제 겪은 위기는 지난 98년의 외환위기로 인한 IMF사태와 2008년의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야기된 국제 금융위기 두 차례다. 두 차례의 금융위기는 우리 사회 전반에 모두 혹독한 시련을 줬지만 특히 부동산에 끼친 영향도 크다. 전반적인 자산가치 하락과 소득 감소는 주택 가격을 크게 떨어뜨렸으며, 이는 부동산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커다란 타격을 줬던 것. 

하지만 하지만 두 차례의 금융위기 당시 국내 부동산시장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우선 IMF는 단군이래 최대의 경제난으로 꼽을 만큼 위기를 줬다. 당시 서울 아파트가격은 1997년 12월부터 1998년 11월까지 12개월에 걸쳐 18.2%의 하락세를 보였다.
 
또 IMF 직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건설,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 당시 국내 건설업계를 쥐락펴락했던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수많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 법정관리행, 파산이란 슬픔을 맞은 바 있다. 
 
10년 뒤인 2008년 10월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산업계가 빠르게 극복한 만큼 건설업계가 입은 피해도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IMF 당시는 국내 유수의 대형건설사들의 부도 위기가 이어진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주로 중견건설사들의 타격이 심했고, 이들 중견건설사들은 주로 2000년대 초반 주택시장 활황기에 무리한 사업 확장을 했다는 '원죄'가 있었기에 시장에서는 '건설업의 위기'가 아닌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실물 부동산 시장의 피폐는 오히려 IMF 당시 보다 심각하다. 표면상 집값 하락기는 길지 않았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서울 지역 집값 하락은 2008년 10월 6일 시작해서 2009년 1월 12일까지 15주 하락했고, 이후 반등하며 '연속 하락'을 끊은 바 있다. 그러나 이 때부터 시작된 주택가격 약세는 그후 3년 반이 지난 2012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분양시장의 불안도 커져가고 있다. IMF 당시는 99년 말부터 분양시장이 정상화로 돌아가서 2000년 중반부터는 서울지역 동시분양을 중심으로 활황세를 보였던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는 현재까지 부산 등 지방 광역시만 활황세를 보일 뿐 수도권 시장의 냉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수도권 분양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단기간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를 기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내성 없어진 국내 부동산시장, 외환위기 더 끔찍하다

이 같은 국내 부동산시장의 변화 이유는 우선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서울, 수도권에서 뉴타운에 대한 관심은 뉴타운 개발을 공약한 국회의원 후보들이 '묻지마 당선'으로 이어질 정도로 지대했다.
 
하지만 4년여가 흐른 현재 뉴타운은 단지 '출구전략'의 대상이 될 정도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부동산이 투자상품으로서 인기를 잃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속에는 당분간은 더 이상 주택 공급이 필요치 않다는 시장의 인식이 내포돼 있다.
 
또한 이명박 정권 들어 본격화된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현재까지 그 양은 많지 않더라도 내집마련 수요를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에 묶어 놓는 역할을 하면서 주택시장은 수요 빈곤 현상이 만연해진 상태다.
 
즉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잃고 실수요도 뚝 끊긴 현재의 주택시장은 IMF당시보다 '내성'이 크게 약화된 셈이다. IMF 외환위기는 불과 2년이 오기도 전인 2000년 중반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삼성동의 아이파크 삼성동이 고급 아파트 수요를 몰아가며 분양시장을 이끌었으며, 이는 이후 5년 동안 이어지는 건설사들의 전성시대를 열게 했다.
 
이 원동력은 바로 주택공급 감소다. 즉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70%를 간신히 넘겼던 당시 상황에서 IMF 이후 2년 여간의 주택공급 감소는 내집마련 수요의 부활을 이끌었고 이는 투자수요도 함께 불러들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주택공급 필요성이란 내성이 없어진 국내 부동산시장의 현 상황에서 대규모 금융위기는 크나큰 시련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다수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차제에 국내 부동산시장은 현재의 내집마련 수요에 따른 주택공급과 전세 방식의 임대차 시장 등 다방면의 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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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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