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쉽게 보면 큰 코 다친다"
[뉴스핌=김동호 김사헌 기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세계 경제의 0.4%에 불과한 경제이지만 그리스의 이탈에 따른 이차적 위험은 전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각) 블름버그통신은 세계 경제의 0.4%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그리스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핌코(PIMCO)의 리처드 클라리다 글로벌 전략가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2차적인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자산 가치 하락을 가져와 최악이 경우 유럽에서의 '뱅크런'과 '신용경색'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그리스의 이탈로 인해 다른 위험 국가들 역시 추가적인 유로존 이탈에 나설 수 있으며 경기침체와 국가부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시각은 JP모간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경제전문가들의 견해와 같은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유로존 내에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는 국제 무역과 금융 시장 등으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따른 파장이 유로존을 넘어 전 세계에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JP모간은 유로존의 성장률이 1%포인트 후퇴하면 세계 다른 지역의 성장률은 0.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영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국들은 경제에 타격을 받을 것이며, 러시아와 같은 원자재 생산국가들 역시 유가 하락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다.
◆ "중국 경제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경우, 세계경제가 받는 충격이 지난 2008~09년 금융 위기의 절반 정도만 되더라도 정책당국이 이를 막고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9.2%에서 올해 6.4%로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U는 중국 수출의 19%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인데,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경우 대유럽 수출은 3.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약 10% 증가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고 CICC는 지적했다.
유로존 위기는 중국 뿐 아니라 한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타이완 등 아시아 주요국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크레디트스위스의 분석가는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그마나 소폭 경기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 역시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금융시장의 혼란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분석가는 유럽 위기로 인해 미국 경제는 최소 0.5%포인트 정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75%에 이른다고 본 씨티그룹 경제분석가는 이제 2013년 1월 1일까지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는 것을 '기초 사례(base case)'로 가정한다고 밝혔다.
BofA-메릴린치의 분석가는 리먼 사태 때와 같이 유로존 경제가 최소한 4% 정도 위축되는 침체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또 이번 달 보고서에서 유로화 가치가 1.20달러 선까지 하락하고, 화요일 123포인트를 기록한 스톡스600은행지수가 110포인트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의 조달비용이 올라가고 독일은 안전지대라는 판단 때문에 국채 수익률이 1%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당국이 과감하게 대응할 경우 주변국의 은행주식과 국채 가격은 급등하고, 또 지역 경제가 안정을 찾으면서 수출업체도 결국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BofA-메릴린치는 내다봤다.
또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의 탈퇴 충격으로 S&P500 지수가 1200 선까지 하락할 수 있겠으나, 과감한 유동성 공급과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이 이루어진다면 다시 20% 급등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그리스 이탈 가능성 5% 미만이지만..
앞서 핌코의 클라리다 분석가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미칠 충격을 감안할 경우 유럽 전체가 이를 좌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콥 키어커가드(Jacob Kirkegaard) 펠로우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의 수정을 요구하는 정당을 뽑는다고해도 유로존 이탈 결정은 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렇게 할 경우 그리스 경제와 금융시스템은 외부로 퉁겨져나가 새 정부가 몇 주 만에 붕괴될 정도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분석가들은 그리스인들 다수가 유로화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5% 미만일 것으로 봤다.
문제는 그리스가 계속 유로존 회원국으로 남으면서 정치적으로는 외부 긴축 및 구조조정 압력에 저항하는 경우 역시 세계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짐 오닐 회장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지 않을 것 같지만, 앞으로 1년 더 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유로존이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하는 광산업체 리오틴토는 그리스의 이탈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의 이탈은 또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로 하여금 이 충격을 격리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한다. 당장 유럽 각국 정부는 취약한 은행의 자본재편을 서두르고 중앙은행든 긴급 유동성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IHS 글로벌인사이츠의 내리먼 베라베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중앙은행 차원에서도 달러화 유동성을 투입하고 가능한 한 완화적인 정책을 구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찰스 달라라 협회장은 그리스의 탈퇴에 따른 비용이 1조 유로에이를 것이라면서, 이 비용은 먼저 그리스 국채 손실에서 그리고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 등으로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한 노력 나아가 지역은행들의 자본 강화에서 각각 발생할 것으로 봤다.
◆ 무역, 신뢰, 금융 채널을 통한 충격파, 유럽 쉽게 넘는다
JP모간 체이스의 분석가는 무역, 신뢰 그리고 금융이라는 채널을 통해 충격을 유럽을 지나 크게 확산될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유럽의 수입이 세계 GDP의 5%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수입이 15% 감소하면 세계경제가 0.5%포인트 위축된다.
ING뱅크의 금융시장 분석가인 마크 클리프는 그리스 이탈에 따라 나머지 유로존경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가장 고전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약 2%포인트 줄어들게 될 것으로 봤다. 유로존이 완전히 해체될 경우는 2년간 GDP가 12%포인트 정도 줄어드는 충격을 예상하기도 했다.
교역과 경제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전염도 심각한 위협이다. 패톰의 분석가는 투자자들이 위험 국가의 국채를 매도하고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면서 신용 긴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의 부도는 포르투갈 등과 같은 더 큰 규모 경제의 부도 위험까지 끌어올리면서 유로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따라서 "그리스의 이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그리스의 이탈은 유럽 주변국에서 뱅크런과 자본도피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럽 은행권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고 아일랜드가 발행한 국채를 1조 2000억 유로나 보유하고 있다.
JP모간의 분석가는 또다른 금융시장의 위협은 유럽 은행들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5조 유로에 달하는 유동성을 회수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 경제나 금융시스템이 유로존에 노출되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캐피탈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루마니아는 GDP의 3.5%를 그리스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고 있고 그리스 은행이 가장 지배력이 높다. 헝가리와 체코공화국은 수출물동량의 40% 이상을 유로존에 보내고 있다. 동유럽은행권이 유로존 모은행에 의존하는 자금도 부담이다. 이들의 단기 여신한도는 헝가리,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등의 GDP와 비교해 10%가 넘는다.
한편,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유럽이 전염을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거의 모든 것이 달려있다"면서, "별 다른 노력이 없다면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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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동호 김사헌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