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억달러에 이르는 JP 모간의 트레이딩 손실에 따라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볼커룰 조명..규제강화에 힘 실려
JP 모간의 천문학적인 손실은 워싱턴DC에 파란을 일으켰다. 메가톤급 월가 투자은행(IB)의 외형에 대한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고, 볼커룰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특히 다이먼 CEO가 규제 강화에 반대 의사를 밝힌 대표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의 제정을 주도했던 바니 프랑크 미 하원 의원은 “JP 모간의 불미스러운 이번 사태는 규제 강화에 반기를 드는 은행권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비난했다.
MIT의 사이먼 존슨 교수는 “월가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다이먼이 금융시장의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면 다른 누구도 거래 리스크를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JP 모간의 대규모 손실이 정책 당국의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구겐하임 증권의 자렛 세이버그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신에 이번 사태로 인해 정책적인 규제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대형 금융회사의 이익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업은행의 트레이딩 부문을 분리하는 등 새로운 감독 규정이나 법이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은행 수익성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연방준비제도(Fed)는 난처한 입장이다. 도드-프랭크 법안에 입각해 은행권을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데다 최근 19개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 JP 모간이 극심한 경제적 충격을 견딜 만한 체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 헤지펀드 업계 어부지리
시장을 경악하게 한 JP 모간의 대형 손실에 일부 헤지펀드가 쏠쏠한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블루마운틴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블루크레스트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헤지펀드는 JP 모간의 손실로 각각 3000만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일부 트레이더는 10여개의 월가 금융회사와 은행권 트레이더들이 JP 모간과 상반되는 매매를 통해 적잖은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투자가들은 이미 연초부터 JP 모간이 파생상품 포지션을 공격적으로 취하는 데 대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일부 트레이더들이 JP 모간과 상반되는 포지션을 취하면서 수익 기회를 노렸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트레이더는 “반대 포지션을 통해 JP 모간을 의도적으로 공격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다만, 경기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고 이에 적극 대응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 신용 리스크 ‘들썩’ 은행주 급락
은행주와 파생시장은 JP모간의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업 신용 리스크 프리미엄이 3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날 장중 북미 지역 기업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을 추종하는 마르키트 CDX 노스 아메리카 인베스트먼트 그레이드 인덱스는 2bp 상승한 106.1을 나타냈다.
문제의 포지션에서 향후 1~2분기 사이 10억달러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다이먼의 발언이 시장 심리를 냉각시켰다.
이에 따라 은행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JP모간이 9% 이상 추락한 것을 포함해 씨티그룹과 골드만 삭스 등 주요 금융주가 4% 내외로 급락했다.
JP모간은 이날 9.30% 내리꽂혔고, 씨티그룹이 4.27% 내렸다. 골드만 삭스가 3.94% 하락했고, 모간 스탠리 역시 4.29%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1.88%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