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불자폰? 이통사·메이커들 이익계산 관망
[뉴스핌=노경은 기자] "혹시 신불자(신용불량자)세요?" 자급제 폰 구매을 문의한 기자에게 돌아온 대답이었다. 신불자가 아니라면 할인혜택이 있는 다양한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데 왜 자급제 폰을 찾느냐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야심차게 준비했다고 한 자급제 폰 제도는 시행첫날 '신불자 폰?'이 돼버렸다.
제조사·대형마트·편의점 등 매장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살 수 있는 '휴대폰 자급제'가 시행 첫날을 맞았다. 하지만 서울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자급제 용 단말을 구비하고 있지 않아 시행 이전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서울시 서울역에 위치한 롯데마트, 용산역 e-마트, 서초구 킴스클럽 등 일부 대형마트와 IT기기 전문매장, 편의점 등 유통매장 가운데 자급제 용 휴대폰을 구비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정부가 정책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업계와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시행된 제도인지라 예상대로 자급제 폰 시장은 실체하지 않았다.
휴대폰 자급제란 그동안 이동통신사가 관리하던 단말기 식별번호(IMEI)를 개방하는 제도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이통사가 독점 관리 및 판매해오던 휴대폰을 대형마트 등에도 개방해 여러 유통업체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단말을 보유 중이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중고폰, 해외에서 사온 휴대폰도 유심 기기 변경만으로 사용할 수 있어 과소비를 막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사진설명=휴대폰 자급제 시행 첫날인 1일, 서울에 위치한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자급제 용 휴대폰이 유통되지 않고 있다. <사진=노경은 기자> |
그러나 제도 시행이 시작됐음에도 각 유통업체는 자급제 용 단말을 들여놓지 않으며 판매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고 개통하던 이전 프로세스에 비해 좋은 구매조건이 형성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롯데마트 관계자는 "신용불량자라 이동통신사를 통한 개통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보조금 받고 가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부추겼다.
실제 구매자로서는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구매가 가능한 휴대폰을 휴대폰 자급제로 구입할만한 환경이 갖춰져있지 않다. 보조금을 받으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을 100만원에 육박하는 큰 돈을 낼 만한 메리트가 없다.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판매는 2년 약정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약정기간 동안 통신비를 수익으로 챙기는 것이 목적이다. 때문에 약정 요금제에 따라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줬다. 반면 대형마트 등의 판매자는 휴대폰 판매를 통해서만 이윤을 남겨야 한다. 마트를 통해 휴대폰을 구매한 소비자는 당연히 휴대폰을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
결국 휴대폰을 비싸게 구매했으니 통신료라도 감면받아야 이 제도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인데, 아직 마땅한 요금할인 지원책이 없다.
맹점은 단말기·통신료 요금뿐 아니라 자급제 용 휴대폰 통화품질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을 이동통신사를 통해 출시할 때마다 망연동 테스트를 거친다. 자사 휴대폰이 출시되는 해당 이동통신사 망 환경에 최적화됐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급제 용 단말기는 이같은 검수절차가 허술하다. 즉, 휴대폰 내부에 이전과 같이 출시하는 이동통신사 전용 안테나가 아니라 공용 안테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이 떨어지거나 불통사례가 생길 수 있다. 단말기 제조상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A/S도 받을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요금할인 및 통화품질 망 연동 테스트 등이 확실히 지원돼야 하지만 아직 지원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각 이동통신사와 협의를 거쳐 자급제 용 요금제를 포함한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통사가 내놓는 지원 수준이 미미하다면 이 제도는 정착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일반적인 루트를 통해 개통이 어려운 사람이 아닌 이상, 당분간 이동통신사가 소위 '갑'이 되는 유통구조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자급제 용 휴대폰 구입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활성화 대안을 내걸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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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now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