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당분간 '완만'… 한국, 내수부양 집중해야
- 세계경제 당분간 완만,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 필요할 수도
- 한국경제, 내수 성장엔진 강화에 집중해야
- 미국은 확장 국면, 추가 완화정책 필요 못 느낄 듯
- 중국은 성장모형 전환 중. 단기적으론 추가 완화 필요할 수도
- 유럽은 추가 유동성 공급과 은행 자본강화 등 위기 회피가 관건
- 금융부문 감독, 대형금융회사 문제 해결 등 미진
- 환율전쟁 없다.. 아시아 통화 저평가가 더 지속적인 추세
- 신용 둔화, 디레버리징 지속… 경제·금융 여건 개선돼야 위험자산 '보상' 가능
[뉴스핌=김사헌 기자] 중국 경제가 최근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최소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필요시 완화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미국은 거시지표가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악화되지 않는 이상 추가 완화정책을 구사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가 진단했다.
유럽의 경우 중앙은행의 추가 장기저리대출(LTRO) 실시 가능성이 열려있으며 은행자본 확충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 립스키, 전 국제통화기금 수석부총재 |
그는 유로존 위기의 전염효과가 이미 뚜렷하게 나타났다면서, 세계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앞으로 2년 정도는 완만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리스의 경우 요구되는 조정의 규모로 보자면 지금 프로그램보다 더 큰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포럼의 기조 연설을 맡은 립스키 전 수석부총재는 한국 경제에 대해 "내수 중심의 성장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美 경기확장 진입, 中 성장모형 전환… 유럽은 위기 회피 노력 중
립스키 전 수석 부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3.8%로 장기 추세선인 3.5%를 웃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기 이후 6년간 평균으로는 3.1%로 아직 추세선을 밑돌고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주요 아시아 신흥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경제는 비록 성장률이 완만하고 실업률이 여전히 높기는 해도 이미 "확장국면에 들어서 있다"고 립스키 수석은 평가했다. 그는 건설부동산 경기가 발목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해와 같은 심각한 대외충격만 없다면 경기확장세가 지속될 조건들은 갖추어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12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은 성장모형의 중대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사회안전망 강화, 금융시스템의 현대화 및 개혁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1차적인 성장동력을 내수로 전환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저소등층을 위해 주택공급은 가속화하되 경기의 붐앤부스트(Boom & Bust)와 같은 부정적 충격을 피하기 위해 건설부동산부문에 대해서는 경기를 완만하게 만드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 립스키 전 수석 부총재는 "오바마 정부와 의회가 세율인상을 미루거나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연말 대규모 조세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가처분소득의 증가 기대감이 소비지출 추세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주목해야 할 두 가지 변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 단기 거시지표들이 예상치 못하게 약화되지 않는다면 연방준비제도가 완화정책을 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립스키 전 수석은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와 관련 "핵심은 시장이 좀 더 금융부문을 주도하도록 만드는 것에 있으며, 이처럼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경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유연한 정책수단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그는 "다만 중국 경제가 최근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몇 분기 정도의 단기적인 전망에서는 통화정책 기조가 신중하게 유지되거나 필요시 추가 완화정책을 구사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럽의 경우 금융시장이 계속 위기 발생에 따라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저리대출을 실시할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재정안정기금과 유럽안정기구 등을 통한 은행권의 자본확충 지원이 용인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급격한 차입축소(deleveraging)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과 일본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유럽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의 '뇌관'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립스키 전 IMF 수석부총재는 "양국의 재정적자나 국가 부채는 유럽보다 훨씬 더 해결하기 힘들 과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모두 국가 부채를 매우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국가"라고 말해 차별성을 강조했다.
물론 그는 국제금융시장의 우호적인 여건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 서울 G20, 세계경제 회복의 기준 제시.. 금융 감독 등 진척은 아직 미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
그는 특히 국가지도자급 회담인 주요20개국(G20) 회의의 창설이 신흥시장과 신흥아시아공업국들(NIEs)을 포함한 주요 경제국들을 새롭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중앙화된 정책대화에 끌어들인 것에 주목했다.
또한 그는 "G20의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체계'는 상호평가절차를 통해 실행되어 전례 없는 수준의 정책적 협의와 협상 수준을 이끌어 냈다"면서, 특히 "서울 G20 회의가 이끌어낸 '액션플랜'은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핵심적인 기준을 제시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산업의 변화와 발전 전망에 대해서 립스키 전 IMF 수석부총재는 "금융부문 개혁은 ▲ 규제의 효율성 제고 ▲ 감독기관 능력 및 효율성 강화 ▲ 효과적인 문제해결 메커니즘 확립 ▲ 경기순응성 줄이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마련 및 이행이 기본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 제시된 금융 개혁안들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아직 상당 부분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라면서 "규제와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진척이 있지만, 감독의 품질과 효과 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는지 그리고 시스템상 중요한 대형금융기관의 문제 발생시 해결 메커니즘 확보가 진전이 있는지 등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 환율전쟁? 아시아 통화 저평가가 더 주목해야 할 추세
립스키 전 IMF 수석부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환율 전쟁(currency war)"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미국 달러화의 강세와 동시에 금리 채권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미국의 팽창 통화정책이 환율전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을 반박한다"면서, "사실 위기 상황 하에서도 주요 교역통화는 그 가치가 상대적인 안정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나 최근 유로화의 강세는 "예외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립스키 전 수석은 "차라리 주목해야 할 지속적인 추세는 다수 아시아국가 통화가 명백한 저평가에 있다"면서, "최근 경상수지 불균형 축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우려의 중심은 중국의 상대적으로 내수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 등 거시경제 추세와 정책의 변화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다른 한편 "당장 높은 성장률과 함께 세계경제 내에서 최상의 성장 전망을 보이고 있는 지역으로 투자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은 특별히 예외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립스키 전 수석은 최근 '위험자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진국에서는 신용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하고 있고, 주요국 가계와 기업 그리고 금융기관의 '차입축소'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투자자들의 무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로 미국과 독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실정"이라면서 "세계경제 여건이나 금융권의 전망이 지금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더 개선되어야만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보상이 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 국제결제은행(BIS), 뉴스핌 |
한편,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 뉴스핌(대표이사 민병복)이 다음달 10일 개최하는 ‘글로벌 위기 이후의 대안(The Alternative after Global Crisis)’을 주제로 한 제1회 서울 이코노믹 포럼에는 존 립스키 전 IMF 수석부총재 외에도 판강 중국 국민경제연구소장(전 인민은행 정책위원),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의 저자인 제리 포라스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기업 상생경영 전문가' 이브 도즈 프랑스 INSEAD 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주요 연사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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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