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의 국제금융외교가 보폭을 넓히면서 국제금융사회에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박재완 장관 등 기획재정부가 준비한 ‘국제유가 공조론’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호응을 이끌어 내면서 글로벌 정책공조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미국의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공동성명(커뮤니케)으로 채택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의제화하고 있는 ‘국제유가 정책공조론’이 G20 회의에서 공동성명에 포함될 경우 미국의 규제강화와 더불어 국제유가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박재완 장관, IMF에 국제유가 안정에 중심역할 요구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박재완 장관은 국제고유가가 세계경제에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가 국제유가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IMF 본부를 찾은 박재완 장관은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와 양자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유가급등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특히 원유수입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최근 투기자금이 유입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IMF가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국제공조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IMF의 라가르드 총재는 공감을 표시하면서 유가 관련 파생상품 규제 등 국제공조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는 뜻을 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등으로 유럽지역의 상황이 다소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유로존의 위기 재연, 유가 급등 가능성 등 하방리스크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 국제유가 고공행진 지속, 미국 등 국제원유시장 규제론 확산
올들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충격으로 전이되면서 국제금융시장과 경제상황을 긴박하게 몰아가면서 뒤흔들었다면 유로존 위기가 다소 잦아드는 상황에서도 국제유가는 좀처럼 하향안정 가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계절적으로도 난방유 수요가 큰 겨울철을 지나 봄철로 접어들면서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유가의 하락 조짐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되레 계절적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른바 ‘드라이빙’(Driving) 시즌을 앞두고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지난해말 이래 회복되는 경기와 고용상황이 국제유가, 특히 휘발유값 상승으로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면서 양적완화 등의 경기침체 방어조치를 지속할 뜻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의 경우는 이제 좀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세력에 대해 감독과 감시를 강화하고 가격 조작 등에 대해서도 처벌 강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인원을 6배 늘리고 시장 가격조작에 대한 과징금도 현재 1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10배 높이도록 할 방침이다.
또 트레이더들에 대한 증거금 확대 및 CFTC의 장비보강 등도 함께 추진할 예정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의회가 예산 투입 및 법 개정에 대해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유가의 상승이 많은 가정을 곤경에 빠지게 하고 있다"며 "시장 조작 및 사기 행위로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불법적 행위에 대해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가 상승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 세력들이 원유 공급 차질의 가능성을 보고 유가 상승에 배팅을 하는 데에 있음을 강조했다. 국제유가 상승 요인으로 공급이나 수요요인 외에 투기적인 요인을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원유시장의 투기세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일부에서는 규제강도가 약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면서 유동성 축소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만 키울 것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유로존 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아직 취약성을 띄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점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국제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점은 단순 조치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로 소위 신자유주의형 시장방임과 무차별적인 규제완화가 작용하면서 G20 차원에서도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태애서, 새로운 위기요인인 국제원유 및 원자재 등 상품시장에서도 규제가 강화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 국제유가 공조론 확산 기폭, 공동성명 채택 가능성
미국이 원유시장의 투기요인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원유시장에 대한 규제론 강화에 대한 국제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이 원유시장의 투기에 대한 규제강화를 발표한 절묘한 타이밍을 십분 활용해 이번 G20 회원국가들과, 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와 양자회담을 통해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재완 장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기 전인 지난 13일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동료들에게>라는 제목의 서한을 이번 미국 워싱턴 회의에 참석하는 20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한테 모두 보낸 바 있다.
이 서한에서 박재완 장관은 유로존 위기해결과 고유가 등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해 G20 회원국간 강도 높은 공조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면서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의제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국제 고유가의 안정을 위해 ▲ 산유국의 적정한 원유공급 약속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구체화하고 ▲ 상황에 따라서는 주요 회원국들의 비축유 방출 등 가능한 모든 대안들을 동원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것 ▲ 그리고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가속화할 것 등 세 가지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미국 워싱턴 D.C의 IMF본부에서 열린 재정부 박재완 장관과 IMF 라가르드 총재간 양자회담에서도 우리 정부는 이같은 입장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전달했으며, IMF도 이에 호응하면서 이번 ‘국제유가 공조론’이 G20 차원이나 IMF/WB 춘계회의에서 주요 어젠다(Agenda)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박재완 장관은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리는 이틀 안팎의 짧은 출장 기간 중에 거의 살인적인 양자회담 등의 외교일정을 소화하면서 ‘국제유가 공조론’을 확산시켜 의제화하는 데 주력할 작정이다.
박 장관은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멕시코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의 G20 주요국 재무장관들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날 IMF에 이어 W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국제기구 총재들과도 가질 양자면담을 갖는다. 또 유엔(UN) 주최의 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인 RIO+20개국 고위급 간담회 등에서도 협력방안과 함께 국제유가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더욱이 미국이 국제원유시장에 대한 투기요인 억제 등 규제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박재완 장관도 ‘국제유가 공조론’을 적극 의제화하고 나서면서 이번주 주말인 오는 21일경 나올 공동성명(커뮤니케)에도 포함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재정부 김윤경 국제금융기획관은 “우리나라가 트로이카 의장국은 벗어났지만 국제유가 공조론을 의제로 공론화하면서 글로벌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며 “IMF 역시 국제유가 급등에 우려를 표하고 있고 미국 역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원유시장 규제론이 공동성명 등에도 반영될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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