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이 전격적인 운임 인상을 발표하면서 민영 인프라, 특히 외국 자본이 깊숙히 개입된 인프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지하철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9호선(주)는 지난 14일부터 자사 홈페이지와 9호선 역사에 오는 6월 16일부터 운임을 성인기준 1050원에서 1550원으로 500원 인상하고, 청소년 운임도 400원 인상하는 운임인상 안내문을 공고했다. 아울러 서울메트로9호선은 환승 요금에 대해서도 500원을 추가로 걷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서울메트로9호선의 운임 인상은 2010년 9월부터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던 부분으로 이번 운임인상 공고는 서울시와 전혀 협의가 되지 않은 기습적인 부분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도 서울메트로9호선의 운임 인상 발표가 사전에 협의 없는 기습적인 요금인상으로 규정하고 법상 명시된 최고액인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메트로9호선 운임인상의 메카니즘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서울지하철 9호선은 지난 1998년 IMF 이후 정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민자 투자 방식에 기인한다. 당시 정부는 민간투자 활성화와 정부 및 지자체 예산 절감을 이유로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을 도입한다.
BTO방식이란 사회간접시설을 민간이 주도해 프로젝트를 설계·시공한 후 시설물의 소유권을 공공부문에 먼저 이전하고 약정 기간 동안 그 시설물을 운영해 투자금액을 회수해가는 방식으로, 서울지하철의 경우 민자사업단은 30년 동안 운영을 맡게 된다.
이 사업에서 서울시의 '지분'도 절반에 이른다. 9호선 건설에는 총 8995억원의 건설비가 들어갔으며 이중 서울시비와 국비가 4200억원 투입됐다. 나머지 4795억원은 9호선 주식회사가 조달했다.즉 이 경우 서울시의 9호선 '지분'은 46.7%로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서울메트로9호선은 최소운영수익보장(MRG) 대상 사업이다. MRG는 민자유치 초기단계인 IMF직후 바닥난 국가재정으로 대형 사업이 힘들어지자 정부가 민자와 특히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민자투자사업의 기본 '룰'로 정한 바 있다.
서울시는 매년 운영손실 보전금의 90% 가량을 보전하는 것으로 계약이 돼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 해에만 250억원 가량의 손실보전금을 서울메트로9호선에 지불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메트로9호선이 운임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예상 밖이란 게 업계의 이야기다. 실제 서울메트로9호선은 가격운임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법령 상 민자업체는 단독으로 요금을 결정할 수 없으며, 최종 결정은 서울시장과 협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과징금 부과 등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서울메트로9호선의 '반란'은 결국 외국 자본이라는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서울메트로9호선의 최대 주주는 25%가량을 보유한 로템이지만 2대 주주는 2008년 인천공항 인수와 관련됐던 맥쿼리한국인프라로, 맥쿼리는 1대주주에 불과 0.5%낮은 지분을 갖고 있는 상태다.
특히 맥쿼리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인천공항 인수로 변죽을 울리다 비판 여론이 강해지자 소리소문 없이 서울메트로9호선의 2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결국 '간 큰' 외국 자본이 국내 실정법까지 우습게 알고 일방적으로 운임 인상을 통보하는 현상의 단초는 정부의 외자 유치에 기인한 셈이다.
외국 자본들이 국내 인프라를 사들이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98년 민선2기 경기도 지사에 취임한 임창열 전 지사는 의왕과천간 고속화도로를 외국에 매각하기 위해 메릴린치, 맥쿼리 등과 활발히 협의했다.
이는 임 지사의 소속정당이기도 한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경기도 의회의 반대에 시달리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 외국 매각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손학규 지사가 3기 지사에 취임한 후 백지화 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인프라에 대한 외국기업 매각은 더욱 신중해야할 전망이다. 앞서 이명박 정권 초기 인천공항 민자 매각 방침이 결정되면서 매각의 주역으로 맥쿼리가 제기되자 전국민적인 반대여론이 들끓었던 적이 있다. 이는 단일민족 국가의 국수적인 특성 때문이 아니라 외국자본의 이 같은 행위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은 자유무역협정 FTA시대에 걸맞지 않는 행위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메트로9호선 사건으로 국내 실정법을 우습게 아는 외자의 오만함이 드러난 만큼 인프라의 외자 매각은 이제 더욱 신중히 결정해야할 필요성이 생긴 셈이다.
수서발 호남선 KTX 민간 경쟁 도입도 그 취지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부는 국내 대기업에 운영권을 매각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사례에서 볼 수 있듯 KTX 운영에도 맥쿼리 등 외국 자본이 침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9호선의 주인이 바뀐 것 처럼 한번 발을 들여놓은 KTX운영권을 차지할 것이며, 이는 일부 진보성향 그룹이 주장하듯 인프라의 외국 종속이 전혀 헛말은 아닌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들은 외국자본이 스타타워 매각에서, 론스타매각에서, 외환은행 매각에서, 그리고 이번의 9호선 운임 기습인상공고에서 그 오만함을 충분히 학습했다는 사실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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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