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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T·삼성전자, 바보들의 '싸움'

기사입력 : 2012년02월10일 10:48

최종수정 : 2012년02월10일 10:53

[뉴스핌=장순환 기자] 10일 오전 9시 '스마트 TV'가 '바보 TV'가 됐다.

스마트TV의 앱을 통해 보던 EBS 강의도 수강할 수 없게 됐고 영화나, 음악, 게임 등의 애플리케이션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던 스마트 TV가 바보상자로 돌아간 것이다.

모든 스마트 TV가 바보상자가 되진 않았다. KT 인터넷을 사용하는 삼성전자 스마트 TV만 바보가 됐다.

물론, TV만 바보가 된 것이 아니다. 국내 최대 인터넷망을 사용하고 국내 최대 가전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역시 바보가 됐다.

하지만, 이날 가장 큰 바보가 된 건 소비자를 볼모로 싸움하고 있는 대기업들이라 할 수 있다.

양측의 논리가 팽팽하고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는 것은 이후에 생각할 문제지만 어떠한 논리에서든 이번 '스마트 TV' 접속 차단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이동통신사와 가전사 간의 망 사용에 관한 협상과 논리에 대해서 일반 소비자들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을 위한다는 수식이 붙는 기업, 산업 간의 힘겨루기에서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피해는 소비자들만 보게 됐다.

이날 바보 TV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KT와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을 갖고 기꺼이 돈을 낸 소비자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져 있는 사회 상황에서 이권 다툼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대기업들이 신뢰를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다시 한번 곱 씹어 볼 문제다.

기업의 차세대 망 개발 논리에 오랜 기간 한 번호만 쓰던 휴대폰을 바꿔야 했던 소비자, 국내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망이지만 TV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못하는 소비자, 세계 1등 TV를 믿고 샀지만 하루 아침에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소비자가 자신을 배신한 회사에게 다시 믿음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사람이 바보가 된 이 사태를 보면서 일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빠른 시일 내에 '스마트'한 결정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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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장순환 기자 (circlejang@newspi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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