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모두가 '그렇다(Yes)'고 할 때 반대편에 설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용기가 운용철학을 지켜내는 길이죠"
8월 폭락장과 함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신임 CIO로 부임한 김영일(48, 사진) 주식운용본부장은 쏠림과 편중 없는 투자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주식형 펀드 성과가 타 운용사 대비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도 이 덕분이란 평가다.
실제로 한국운용의 '한국투자 한국의힘',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등의 대표 펀드들은 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이후 급격한 수익률 회복세를 보이며 최근 6개월 수익률도 10~30%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운용은 향후 시장의 완만한 상승세에 맞춰 중장기적인 운용 원칙을 고수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남들이 '맞다(Yes)'고 할 때마다 무조건 반대쪽에 서라는 말이 아니"라며 "급변하는 시장과 업계 상황 속에서 우왕자왕하지 말고 눈 앞의 수익률이 아닌 중장기적 지향점을 향해 가려는 목표의식과 방향성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 2011 시장 돌아보기: 지나친 시장 낙관...수익률 급락으로
올 한해 시장은 상, 하반기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운용사별 수익률 역시 극과 극이었다.
"시장이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어요. 상반기엔 시장도 강세를 보였고 주도주도 뚜렸했죠. 하지만 그 낙관이 지나쳤습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유럽 재정위기를 시작으로 극도의 혼란이 나타났죠. 지금도 여전히 위기 수습에 대한 실망과 기대감이 교차되고 있어 당분간 불안감은 지속될 겁니다"
상반기 눈에 띄는 자금유입이 이뤄지던 랩어카운트 성적이 부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김 본부장은 말한다. 지나친 낙관이 가져온 포트폴리오의 쏠림현상이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올 해 폭락장을 거치며 집중투자에 대한 개념은 명확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집중투자는 무조건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보장한다기 보단 '리스크-리턴' 자체를 높이는 거죠. 올해 시장은 아무리 좋은 전략도 모두가 사용하면 평범해진다는 명제를 확인해준 셈입니다"
운용업계 내부적으로도 반성의 목소리가 감지됐다.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률이 필요하다는 것.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면 고객은 따라오기 마련이죠. 그간 단기적인 수익률로 등수매기기에 혈안이 됐던 업계에 반성의 기운이 감지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단기수익 편차가 큰 운용사 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수익률이 나오는 운용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된거죠"
김 본부장이 운용원칙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거시경제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증시 성격 상 운용원칙을 지켜 장기적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게 한국운용의 투자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 2012 시장 내다보기: 저평가 우량주 공략...부상하는 '주식형펀드'
한국운용의 내년도 코스피 전망치는 1800~2250 선. 박스권 구간 속 서서히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의 변수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유럽 재정안정, 그리고 중국의 긴축완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유럽이죠. 기본적으로 유로화 체제의 붕괴로는 가지 않을 겁니다. 유럽연합(EU)이란 단체가 가지는 경제적 이점도 분명히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자리를 찾을 겁니다. 또한 정치적 이슈가 산재해 있는 미국이 경기회복을 돕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할는지, 중국이 긴축완화에 어떠한 입장을 유지할는지가 내년 증시의 관건이 되겠죠"
올 한해처럼 주도주가 나오기는 힘들 전망이다. 다만 낙폭이 컸던 우량주 중에서는 건설·조선·정유·IT주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이들은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다.
"지금 시장은 모멘텀보다는 글로벌 변수들에 영향이 큽니다. 이럴수록 낙폭이 지나쳤던 우량주 중 경쟁력이 높아진 기업들을 투자해야겠죠. 특히 건설주를 비롯해 조선, 정유화학, IT 주의 전망이 좋습니다. 폭락장을 지나 반등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고점에서 비교한다면 여전히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펀드시장에 대해선 랩어카운트에 대한 실망을 경험한 고객들이 다시금 주식형 펀드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통적인 주식형 펀드상품들이 강세를 보일 겁니다. 상품군에도 유행이 있지만 주식형 액티브 펀드는 고객들에게도, 운용사에게도 언제나 주력 상품이니 말입니다. 랩 상품들의 경우엔 과도기로 접어든 만큼 나름의 특색을 살리는 방법적 고민이 필요할 땝니다"
이에 한국운용 역시 액티브 주식형 펀드를 기반으로 헤지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해외채권형 상품들에 주력할 계획이다.
◆ 김영일 CI0, 그리고 한국운용의 목표 : 고객 비용의 최소화
마지막으로 주식운용본부장으로서 그의 목표를 물었다.
"고객들의 비용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죠. 고객들의 펀드 환매 횟수를 줄여 장기투자 할 수 있는 브랜드파워를 더욱 단단히 구축할 겁니다. 운용사에게는 그래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으니까요"
한국운용이 타 운용사에 비해 자체적인 펀드매니저 양성에 힘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운용은 매년 2~3명의 신입사원 뽑아서 펀드매니저로서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다. 3년차가 되면 팀장의 관리감독 하에 직접 펀드를 운용할 수 있으며 '좋은기업연구회' 등 사내 스터디 활동을 통해 다방면의 리서치와 학습을 반복한다.
운용철학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외부 인력을 채용할 수도 있지만 사내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 펀드매니저로 육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올 한해 운용사들의 서열 다툼도 있었지만 한국운용의 목표는 오직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입니다. 수탁고나 자금 등 고객의 선택은 그 이후에 자연히 따라 오는 것이겠죠. 고객을 중심에 두고 운용사가 줄수 있는 가치를 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고객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한국운용의 내년도 비상(飛上)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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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