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올해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을 거머쥔 삼성이 야구와 경영을 접목시키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삼성은 2일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삼성사장단회의에서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 겸 해설위원을 초청 '프로야구 600만 관중 성공 비결'을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하 위원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에 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그가 KBO 사무총장으로 활약하던 때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김경문 감독은 선수 선발 기준으로 '헌신, 희생, 협력'을 제시했다. 통상 대표팀은 잘 때리고, 잘 받고, 잘 뛰는 소위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하던 방식과 달랐다.
이에 하 위원은 김 감독에게 "이길 생각을 해야지 인간성 테스트를 하려하느냐"며 6시간 이상을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기 결과는 하 위원의 우려를 빗나갔다. 1차전 미국에 이어 2차전 캐나나 등 강팀들에게서 연승을 거뒀던 것.
하 위원은 "예전에 선수들이 국제경기를 앞두고 인터뷰하면 '죽을 각오를 다해 싸우겠다'고 했는데 지금 선수들은 '그동안 땀 흘리며 훈련한 것을 경기에서 다 풀어놓겠다. 즐겁게 하겠다'고 한다"며 "이것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배경"이라고 말했다.
'죽을 각오'로 경기에 임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몸이 굳어 실수를 하는 반면 '즐긴다'는 마음가짐에서는 더 나은 기량이 나온다는 얘기다.
하 위원은 김연아 선수가 18살때 LA피겨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내가 LA에 온 것은 아사다 마오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4분간 (내가 가진 기술로)즐길 것이다"라고 인터뷰했던 사례도 들었다.
"승부는 동기 부여, 목표, 열정이 가르는 것 같다"고 그는 강조했다.
동기부여에 관해 하 위원은 베이징올림픽 당시 이승엽 선수의 일화도 소개했다. 준결승에서 승리하며 선수들이 이미 병역 혜택을 확보하고, 결승전을 앞둔 시점이었다. 결승전 상대는 세계 최강 쿠바 대표팀이었다.
이승엽 선수는 선수단을 모아놓고 "우리가 쿠바에 무기력하게 지면 국민들은 병역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그랬다며 갈채보다는 비난할 것이다"며 "프로로서 자존심 문제다. 즐기자"라고 얘기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쿠바를 3: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정한 프로의 사고방식과 동기부여 등 삼성 사장단이 경영에 참고할 만한 메시지를 남긴 강의였다는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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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