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국내은행들이 위기시 외화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우량 해외채권 투자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보유한 외화채권 중 현금화가 용이한 선진국 국공채의 비중은 지난 7월말 기준 국내은행 보유 외화채권 총액 118억 달러 중 0.5%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외환건전성 악화시 정상적인 매각이 어려운 국내 금융기관, 일반기업, 정부 및 공기업 발행 외화채권(이하 한국물) 비중은 63.3%에 달했다.
발행주체별로 보면 리스크 전이효과가 큰 금융기관 발행채권(이하 금융기관물)이 50.3%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유동성위험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금융기관 발행 채권 비중이 52.1%로 은행 발행채권비중 47.9%를 상회하고 있다.
이런 한국물과 금융기관물 위주의 외화채권 투자는 개별은행 입장에서는 신용분석이 용이하고 수익률이 높아 합리적일 수 있지만 금융시스템 전체로는 외화유동성 대응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국물은 외환건전성이 악화되는 위기시 신용위험이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매각이 어려워 유동성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또, 금융기관들이 금융기관물을 상호 보유하는 것은 상호연계성을 높여 리스크 확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08년 리먼사태 직후 외화유동성 사정이 크게 악화됐던 1개월간 국내은행의 외화차입금은 46억7000만 달러로 순상환됐지만 외화채권 매각규모는 1억9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 기간 중 채권을 매각한 경우도 취득가격보다 30% 정도 낮은 가격으로 처분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은행의 경우 철저한 사전 분석 없이 미국 모기지대출 유동화채권을 우량채로 인식해 대규모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따라서 한은은 "위기시 외화유동성 대응능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선진국 국공채와 같은 우량 해외물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정책당국은 한국물에 대한 투자를 외화채권의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등 외화채권 운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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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