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김의진 상무-1
[뉴스핌 Newspim] 국내 자산 중 채권으로 운용되는 규모가 어느덧 1000조원 수준에 이르렀다. 사그러드는 듯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를 굴리기도 만만치 않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얘기다. 돈이 갈 곳이 없다보니 운용하는 규모가 크면 클수록 고민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럴 때 일수록 자산운용을 총 지휘하는 ‘장’들의 부담은 더해질 듯하다.
이에, 국내를 대표하는 채권시장의 ‘마이스터’들을 만나 국내외 경제동향 및 전망, 금융시장의 이슈, 자산운용의 전략 등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 "회사채 발전위해 투자자입장 고려할 필요"
- "한국형 헤지펀드, 제대로된 헤지펀드 나올지 의문"
[뉴스핌=안보람 기자] 글로벌 경기불안이 재점화 되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되는 분위기지만 삼성자산운용은 4년여만에 펀드 순자산 총액 1위를 탈환하는 등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투신사업은 결국 리스크관리 사업이라는 삼성자산운용의 신념이 빚어낸 결과다. 상품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인 점이 주효했다.
삼성자산운용이 관리하는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93조 3628억원이며 4분기에 접어든 현재 100조원이 넘는다. 이중 채권쪽으로 운용되는 규모는 70조원 가량으로 김의진 상무(사진)는 이를 지휘한다.
김의진 상무가 채권시장에 입문한 것은 1999년 외환위기 직후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처음입사해서 1994년 삼성생명으로 합류했고, (회사생활이 보통 그렇듯) 조직의 권유로 채권부장으로 운용을 시작했다. 불과 10년 사이에 국내 채권시장이 발달했음을 감안하면 채권시장의 역사를 함께 한 셈이다.
그 역시 국내 채권시장의 발전이 꽤나 빠르다고 평가했다. 97~98년만 해도 별 볼 일없던 채권시장이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IMF, 금융위기 등은 채권시장 발전에 근간이 됐다.
김 상무는 "IMF,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발생하면서 이를 해결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했고, 그러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했고, 발행했으니 잘 소화되게 유통시장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국내 금융시장 중 가장 덜 발달된 시장이라는 평가다. 회사채의 경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규제완화'를 주로 논의해 왔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김의진 상무의 지적이다.
그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규제를 오히려 강화해야하는데 중소기업 자금조달 이슈 때문에 오히려 규제를 완화시키다 보니 기관투자자들이 아예 외면을 하게 됐다"며 "매수자 입장에서 좀 더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트러스티(수탁자)가 제 역할을 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는 증권사가 이에 대한 의무를 가지지만 이해상충으로 이름뿐이라는 진단이다.
김 상무는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회사채를 통해 돈을 빌리기 전까지 재무상태는 이랬는데 빌린 이후 어떻게 됐다든가 하는 내용을 누군가는 확인하고 알려줘야 한다"며 "신평사가 해줘야 하는데 사후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트러스티는 유명무실화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얘기되면서 내년 시행되는 개정된 상법에서는 회사채 발행자가 수탁자를 지정하도록 됐다"며 "수탁자는 주기적으로 어떤 크레딧 이벤트가 있을지, 재무적 문제는 없는지, 사채인수계약서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측면에서 회사채시장의 발전을 논하는 것은 한쪽면만 보는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의 이익보호를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탁회사들이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뒷북친다는 비판에 시달려온 신평사들의 등급조정도 적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회사채공모펀드 활성화에 앞장서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며 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밝혔다.
헤지펀드로 시장에 변화가 당장에 생기긴 어려울 듯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제대로 된 헤지펀드가 나올 지 의문이고 정부정책도 헷갈리는 측면이 있고 프라임 브로커 역할이 상당히 큰데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시장의 기대감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특히나 자본시장법을 테두리로 하는 만큼 기존 펀드와의 차별이 뚜렷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다만 그는 "전세계적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는 규제를 하면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같아지는 것이고 당장은 많이 커질 것 같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비정상적으로 내려온 시장금리 때문에 자산운용이 힘들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투자를 지속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상황이 이렇게 어려워 진 것은 금리가 떨어진 것도 있지만, 작년부터 시장사람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생각하며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고 투자시점을 미뤄뒀기 때문"이라며 "내년 금리가 어찌될지 고민은 해야겠지만 무작정 투자를 이연시키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아울러 "운용전략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며 "그간 국채투자가 많았다면 회사채나 크레딧 관련 상품, 대안상품들을 봐야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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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