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의 귀재' 명예롭게 후퇴 선택
[뉴스핌=정탁윤 기자] 강덕수 회장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물러나게 한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재계 한 관계자는 바둑 격언으로 "내가 먼저 산 다음에 상대방을 공략해야 한다(我生後 殺他)"를 든다. 그룹의 지속성장 경영기반을 더 확고히 구축한 후, 다음 먹거리를 고민해도 그리 늦지 않느냐는 점잖은 지적이다.
STX그룹에 대한 그간 시장의 평가중 하나가 이거였다. 강 회장은 물론 그룹내 임직원들도 내심 이를 경계했다.
결국 강회장이 명예롭게 후퇴했다. 'M&A의 귀재'로 불리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M&A 매직'이 하이닉스반도체엔 통하지 않은 것.
세계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반도체 투자에 대한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아울러 컨소시엄을 추진했던 중동의 국부펀드에 대한 세간의 좋지 않은 여론도 STX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STX그룹은 19일 세계경제 불확실성과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부담을 이유로 인수 추진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꾀했던 강 회장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강 회장은 주력인 조선해운업이 경기를 많이 타는 분야임을 감안, 반도체사업에 진출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차원에서 이번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었었다.
강 회장(사진)의 인수 의지도 어느때 보다 강했다. 하이닉스에 대한 실사가 시작된 지난 7월에는 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 본사를 직접 찾아 이것 저것을 꼼꼼히 챙겼다.
M&A과정에서 대기업 총수가 실사 현장을 직접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 만큼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강 회장의 야심이 컸다는 평가다.
그러나 강 회장의 이러한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 당초 대한조선 인수를 추진하다 가격 문제로 발을 뺐던 STX가 과연 2조원이 넘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여력이 있을까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시장 관계자는 "역시 2조원이 넘는 인수자금 조달능력이 발목을 잡은 것 같다"며 "컨소시엄을 추진했던 중동펀드에 대한 '국부 유출' 논란도 STX에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잊혀질만 하면 나오는 'STX 유동성 위기설'이 이번 하이닉스 인수 추진 중단의 결정적 이유로 분석된다.
강 회장은 IMF 이후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면서 본격 M&A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강 회장은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2007년 '아커야즈(현 STX유럽)'을 잇따라 인수해 그룹을 키웠다.
이런 공격적 M&A를 바탕으로 강 회장은 2001년 이후 STX의 외형을 10년 만에 무려 100배 이상 키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그를 'M&A의 귀재’ 혹은 ‘M&A의 마법사’로 부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인기기사] 주식투자 3개월만에 `20억아파트` 샀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