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사실상 공모주 기회를, 그리고 기업에게는 보다 간편한 상장을 노린다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하이제1호스팩은 엠에너지와 합병하려 했으나 한국거래소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다. 스팩이 상장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부국퓨쳐스타즈스팩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거래소는 바이오디젤 사업을 영위하는 엠에너지의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서다. 당장은 매출이 일어나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면 버티기 힘들 것이란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이처럼 증시 급락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공개는 물론이고 인수합병 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다. 그나마 일부 스팩은 합병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합병 대상 기업조차 찾지 못한 실정이다.
어렵게 합병 기업을 찾았다고 해도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합병이 좌절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대신증권그로쓰스팩 주주총회는 썬텔과의 합병안을 부결시켰다. 앞선 지난 3월 '교보KTB스팩'은 제닉과의 합병 공시 후 반나절 만에 취소했고, '부국퓨처스타즈스팩'도 프롬투정보통신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됐다.
이런 스팩시장의 존립기반 위협 때문일까. 동부자산운용은 지난 9일 교보KTB스팩 주식 10만5785주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동부자산운용은 또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대우증권스팩, 한화SV스팩1호, 현대증권스팩1호, 동양밸류스팩, 히든챔피언스팩1호, 신한스팩1호, 우리스팩1호 등 7개 스팩에 대해 보유 지분을 축소했다.
현재 국내증시에 상장돼 있는 증권사 스팩은 모두 22개뿐이다. 이중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HMC스팩1호(화신정공)'와 '신영스팩1호(알톤스포츠)'다. HMC스팩1호는 지난달 17일 피합병 기업 화신정공으로 이름을 바꿔 단 뒤부터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변경상장 이후 채 한 달도 안 돼 30%가량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신영스팩1호와 합병한 알톤스포츠도 비슷한 사정이다.
당초 스팩은 직상장보다 쉽고 빨리 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기업가치 산정문제 등으로 매력이 반감되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우량한 기업들이 스팩을 통한 상장을 꺼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스팩을 통해 합병할 경우 공모가가 일반 IPO보다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우량 기업의 경우 스팩은 매력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스팩의 경우 거래량도 많지 않은데다, 합병 외에 이렇다 할 재료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공모 당시 청약을 통해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 외에 일반 투자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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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