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취약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처방을 내놓지 않자 미국 달러화 가치는 추락했다. 하지만 이번 주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달러화 약세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참가자들은 계속 일본 엔화 및 스위스 프랑에 주목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이른바 '안전' 통화들은 가치 상승과 하락 방향이 모두 열린 상태다. 미국 경기 약화와 유로존 위기 확산 우려는 안전통화의 기본적인 강세 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외환당국의 개입 부담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 유로/달러는 1.4495달러까지 0.8%나 급등했다. 장중 1.4502달러를 기록하면서 최근 형성된 거래 범위를 넘어설 조짐도 보였다. 그러나 유로/달러는 당분간 1.4460~1.4500달러 범위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버냉키 의장이 추가 양적완화 힌트를 보내지 않자 달러화 가치는 일시 반등했으나 이내 힘을 잃고 돌아섰다. 달러/엔은 이날 1%나 하락한 76.66엔을 기록했다.
주간으로 보면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로 0.8% 강세를 보였으며, 일본 엔화도 미국 달러화 대비로 0.2% 절상됐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8월 23일 기준 주간에 투기세력들의 달러화의 순 매도포지션은 17%나 증가한 117억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 거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이중침체(Double Dip) 위험에 놓였음을 시사했다. 이 가운데 8월 개인소비와 제조업지수 그리고 고용보고서는 미국 경제의 현황을 제대로 보여줄 중요한 지표들이다.
이런 이벤트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쉽사리 위험을 수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안전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더 떨어지기 힘든 것으로 판단된다. 주말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린과 월요일 런던시장이 은행휴일로 쉬어간다는 점이 유동성을 제한한다는 점도 위험감수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뉴욕 멜런(BNY Mellon)의 글로벌외환전략가는 "달러화 가치가 여기서 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미국 8월 고용보고서 결과가 시장의 컨센서스 보다 좋지 않게 나온다면 미국 정책당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다시 한번 위험 회피 및 안전자산으로의 도피 움직임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9월에 정책 옵션을 고려하기 위해 회의 일정을 이틀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장기적인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방책은 백악관과 의회 앞에 놓이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주말 스위스 프랑화 가치는 달러화 및 유로화 대비로 한 달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스위스계 대형 글로벌 은행인 UBS가 일부 프랑화 예금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영향이 컸다. 달러/프랑은 1.7% 오른 0.8364프랑을, 유로/프랑도 2.5% 급등한 1.1689프랑을 각각 기록했다. 주간으로는 각각 2% 및 2.9%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약화와 유로존 채무 위기가 스위스 프랑과 일본 엔화의 수요를 부양하는 기본요인이지만, 스위스와 일본 외환당국이 자국 통화 추가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임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 때문에 양 방향의 위험이 열려있다는 판단을 제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