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는 한전탓, 지경부는 재정부탓
[뉴스핌=유주영 기자] 최근 주주들로부터 2조8000억원대 소송을 당한 한국전력공사(KEPCO) 김쌍수 사장이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25일 한국전력 김쌍수 사장은 오는 29일 퇴임을 앞두고 삼성동 한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퇴임하는 소회를 밝혔다.
지난주 김 사장은 오는 29일 사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주주들로부터 2조8000억원대 소송을 당한 상태에서 사장으로써 임무를 다할 수 없다는 이유다.
김 사장은 "지경부에서 많이 도와줬지만 전력요금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전이 나아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초의 민간출신 사장으로서 한전의 경영 혁신과 해외 진출을 이끌어낸 김 사장이 후임 사장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장직을 물러다는 것은 이례적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마음에 담아두었던 답답함을 풀어냈다.
김 사장은 "일부 소액주주들로부터 2조 8000억원대의 피소를 당했다"며 "42년 사회생활 중 경찰서 문턱도 못가봤는데, 개인으로서 소송을 당하는구나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들이 이렇게 했구나 하면서 고민 끝에 후임 사장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임하기 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후임사장이 없기 때문에 자리에 있어도 되지만, 이 상태로는 '식물사장'이나 마찬가지고 나머지주주들이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책임을 통감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 금요일 지경부 장관을 만나 '피소된 마당에 대행 체체로 가시고 토요일 마무리 하고 월요일 떠나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개인이 피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억울하다"며 "이 소송에서 내가 지면 장관을 고소하는 방법밖에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사장이 소송을 당한 이유는 한전의 적자와 주가 하락이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전기요금 현실화 없이는 한전 내부의 효율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라며 "경영부문이 비용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20% 정도 밖에 안되는 상태에서 내부 효율화로 한전의 적자를 면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경부에서는 한전을 많이 도와줬고, 한전 편"이라며 "기획재정부에서 물가에 압박이 된다고 해서 전기요금 현실화가 안된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4%대 인상은 실망스러웠다"며 정부에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전의 경영효율화는 최중경 장관의 '전기요금 로드맵 4대 기둥'의 하나로 제시됐지만, 실질적으로 한전에 적용될만한 것은 없다고 한전 관계자는 말했다.
4.9%대 인상안에 대해 지경부는 재정부와의 협상 결과 나온 최대한의 인상폭이라고 했지만, 한전의 입장은 관철되지 않았다.
한편, 김 사장의 피소 건으로 한국가스공사 등 다른 공기업 사장들도 연쇄 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놓였다.
공기업의 부실이 사장의 잘못으로 뒤집어 씌워지게 됐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김쌍수 사장에 대한 소송이 단지 보복성이 아니라 실제 손해배상을 요청하는 것인 만큼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사장 후임 사장을 누가 한다고 나서겠느냐, 한전 사장은 정부 인가를 받을 필요없이 자체내에서 정하는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해 지경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지경부가 임명한 사장을 지경부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일침이다.
한전을 떠나 LG 고문으로 간다는 얘기가 있다는 말에 김 사장은 "이미 나는 지나간 시대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으로 내년에 칠순잔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42년의 사회생활을 한전 사장으로 마무리 하면서 앞으로 다시는 어떠한 기업이나 단체에 적을 두지 않겠다"며 그저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을 털고 쉬면서 앞으로 보람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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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유주영 기자 (boa@newspim.com)